지난 3월초 청와대 조찬.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 부총재를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 말하면 김대통령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를 본 정부총재도 눈시울이 붉어져 손수건을 꺼냈다.정부총재가 『효자동 길에 들어서니 눈물이 나더군요. 이렇게 청와대에서 함께 밥 먹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라고 감회를 토로하자마자 김대통령의 울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당시 이 눈물의 에피소드는 여당가를 따뜻하게 해준 미담이었지만, 정부총재가 구속된 3일에는 지인들의 가슴을 저미는 회한(悔恨)의 기억이 됐다. 그런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총재가 정치권 사정의 1호로 구속되고 김대통령은 이를 지켜만봐야 하는 현실…. 고난의 야당시절을 보낸 정객들은 벌써부터 가을의 소슬함을 느끼는듯 했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여러차례 「반기」를 든 정부총재를 용서해왔다. 87년 대선때의 후보단일화 요구, 91년 정발련(정치발전연구회)파동과 양김청산 주장, 급기야 지난해 대선후보경선때는 직접 자신에 도전장을 냈지만, 그때마다 김대통령은 그를 품안에 거두었다. 주변에서는 『DJ가 정부총재의 부모인 고 정일형(鄭一亨) 박사, 병환중인 이태영(李兌榮) 여사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대통령은 정일형 박사 부부의 무한한 후원을 받았다. 정박사는 60년 김대통령을 민주당 원외대변인에 발탁했으며 71년 대선때 그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희호(李姬鎬) 여사와의 결혼을 주선했다. 그 깊은 인연은 92년 대선패배후 이태영씨가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 잘 나타나 있다. 『(12월19일) 새벽 4시 TV를 껐다. 어두운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느님 살려주세요」라고 빌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엉엉 울었다』 2대에 걸친 우정도 정부총재를 구명하지 못했다면,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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