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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국민의 방송’을/鄭璟喜 언론인(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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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국민의 방송’을/鄭璟喜 언론인(한국논단)

입력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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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2년전 5월16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는 큰 나라가 됐다. 당당한 강국(强國)이다. (흔히) 4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이란 말을 쓰는데, (그 말을) 꼭 쓰고 싶으면 우리까지 넣어서 「5강」이라고 하자』미구에 나라가 거덜이 나서 송두리째 국제 벼룩시장의 싸구려 할인판매대위에 나앉게 될 줄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미처 몰랐다.

역시 이 무렵의 일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43개월동안 열차례의 해외나들이에 국민의 혈세(血稅) 41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넉달 열흘마다 평균 41억원짜리 해외여행을 했다는 계산이 된다. 여기에 또 그 때 그 때 크게는 몇 십억원 규모의 홍보비를 공보처 예산으로 아낌없이 퍼부었다.

그 때마다 방송들은 「대통령의 여행」으로 화면을 채우기에 바빴다. 날이면 날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를 뒤바꿔놓는 슈퍼스타가 됐다. 그가 돌아온 뒤 소위 전문가들의 「결산 좌담」이 있고서야 난리법석은 막을 내렸다.

그러니까 역대 정권들이 막무가내로 방송을 관영의 사슬로 묶어둔 까닭을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한국방송공사(KBS)나 문화방송(MBC)을 「공영방송」으로 포장하고 권력의 충실한 「입」노릇을 하게 했던 것이다.

이제 1주일 뒤면 막을 올리는 정기국회에서 드디어 새로운 통합방송법이 처리될 판이 됐다. 전두환 정권 말기의 시청료납부 거부운동, 노태우 정권때인 90년 7월 3개 방송관련법의 날치기 국회통과이후 쌓이고 쌓인 문제를 풀어야 될 판이다.

이번에야 말로 방송을 정치와 금권의 향배에 관계없이 안정된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

우선 방송위원회라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 한나라당의 초안처럼 방송위원 7명 모두 국회추천만으로 한다면 행정부가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만큼 비현실적이다. 국민회의안처럼 정부추천 7명, 국회추천 7명을 합쳐 14명으로 한다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을 길이 없게될 것이다.

국민회의안이 방송위원회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주되, 위원장을 「중앙관서의 장」으로 격하시킨 것도 문제이다. 모처럼 「방송위원회 독립」을 실현하자는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위험성이 짙다.

방송위원회는 방대한 방송매체를 총괄하는 총사령탑이다. 게다가 허가권과 입법제안권, 그리고 방송발전기금을 관리하게 할 작정이다.(국민회의안)

뿐만 아니라 방송위원회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지배하도록 돼있다. 두 방송사에 이사를 선임해서 보내고, 그 이사들이 사장을 선출하게 돼 있다. 통합방송위원회는 과거의 재정경제원처럼 그야말로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권부가 될 것이다.

적어도 공영방송인 KBS, 또는 아마도 MBC까지 최대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새 방송법에 명시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KBS의 경우 경영·편성의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30∼40명 규모의 이사회 구성원칙을 방송법에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KBS의 개혁드라이브가 지금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것이 「한때의 추억」으로 남지않기 위해서는 법에 의해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 「진짜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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