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정을 둘러싼 최근 여권의 언행을 보면 사정의 방향과 진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어지럽기 짝이 없다. 사정이 집권세력의 정치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정치현실론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적 일관성마저 결여하고 있고, 실무담당 기관인 검찰과 여권핵심부 사이에 혼선의 잡음마저 들린다. 이러다가 정치권 사정에 담긴 본래의 개혁정신과 의미가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얼마전 검찰은 청와대측이 정치권 비리와 관련한 수사내용과 처리방안 등을 밝힌데 대해 즉각 이를 부인하고 청와대측에 항의까지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청와대와 당 인사들의 이같은 사정거론이 검찰도 참기 어려울 만큼 정도를 넘어섰다면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그동안 여권은 여러차례 정치권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 내용을 유포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로 사정이 구체화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때마다 정치권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정계개편 논의만이 부각됐을 뿐이다. 사정이 야당 압박용이라는 시중의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떨어지고 느닷없이 야당의 대선자금 수사가 급피치를 올리는 사정행태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여당후보가 국세청 안기부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불법모금했다면 이는 중대사안이다. 엄정한 수사로 실상을 밝혀내 의법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경성 기아 청구 등의 비리의혹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다 갑자기 대선자금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식이라면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사정은 상층부의 비리척결로 사회전체의 부정부패를 씻어내 정치개혁을 이룬다는데 그 당위성이 있다. 성역없는 수사와 검찰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정권때처럼 정치기획의 흔적이 풍기는 사정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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