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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나눠먹자/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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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나눠먹자/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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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잡가에 「바위타령」이 있다. 「배고파 지은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면서 밥에 든 돌을 보고 바위타령을 엮는다. 「새문안 거지바위 문턱바위 둥구재 배꼽바위…」 서울,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 바위를 줄줄이 꼽고 나서다시 서울로 올라오는데 끝이 압권이다. 「그 밥(돌투성이)을 다 먹고 나서 누른 밥을 훑으려고 솥뚜껑을 열고 보니 해태 한 쌍이 엉금엉금」. 밥에 박힌 돌이 아무리 크기로 과장도 이쯤되면 금메달감이다.돌밥 먹는 가난이 오죽 한심했으랴만 익살을 잃지 않는 옛사람의 여유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돌투성이 밥이라도 없어서 못 먹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야외 한국정원에서는 제삿밥도 못 얻어 먹고 떠도는 잡귀들을 풀어 먹이는 순천 삼설양굿이 벌어졌다. 온갖 억울한 사연으로 비명횡사한 귀신들을 불러서 「배야지가 요강꼭지 모냥 톡 볼가지게」 잔뜩 먹여보내는 굿이다.

시집·장가 못 가고 죽은 처녀·총각귀신, 한 자락 하던 한량귀신, 총 맞아 죽은 귀신, 목 매단 귀신, 벙어리귀신, 애 낳다 죽은 귀신, 봉사귀신…. 별별 귀신이 다 와서 잘 먹고 놀고 굿판에 모인 사람들에게 복을 빌어준다. 잡귀까지 두루 챙겨주는 넉넉한 인심에 답례하는 것이다.

돌밥이든 이밥이든 적으면 적은대로 나눠 먹던 인정이 요새는 달라진 모양이다.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이 전국에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쌀독에 쌀 한 톨 없는 극빈은 거의 없고 대부분 부모가 일 나가서 돌봐주지 못하거나 실직후 먼 지방으로 취업하러 가서 혼자 남겨져 밥을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귀신도 잔치를 차려 먹이던 후한 인심은 다 어디 갔을까. 이웃집 아이가 밥을 굶는지 먹는지 조금만 관심을 두면 알 일, 굶는 아이가 있으면 내 아이 먹일 때 두레반에 같이 앉히면 될 일 아닌가. 대형 음식점이나 호텔, 식품매장에서는 여전히 매일 음식이 남아 버린다.

결식아동 무료급식소에 보내주면 좋을 텐데, 그걸 먹은 애들이 탈이라도 나면 골치 아프다고 대부분 그냥 버린다고 한다. 굶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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