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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배아픔/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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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과 배아픔/이성철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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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실업자 165만명. 실질실업자 200만명 이상.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이다.빵을 주는 것이 실업대책일까. 일자리만 만들면 실업사태는 해결될까. 충분한 빵도, 변변한 일자리도 제대로 마련치 못하는 정부지만 행여 그것으로 실업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배고픔(절대빈곤)은 견딜 수 있어도 배아픔(상대빈곤)은 참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수백만명의 실업자들을 지치게 만드는 것은 「배고픔」보다는 「배아픔」이다. 현 상황이 심각한 것은 「빵이 없다」는 서글픔이 「내 빵이 남에게 가고 있다」는 박탈감으로 변한다는데 있다.

교통세율인상으로 9월 중순부터 기름값이 또 올라 가계 주름살은 더 깊어지게 됐다. 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폐지이후 「IMF귀족」(금융자산가)들의 부(富)는 더욱 불어나고 있다. 서민 세금은 올리면서 자산가의 세금은 깎아주는데, 그래서 내 호주머니돈이 남의 금고에 쌓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어떻게 「고통감내」만을 호소할 수 있는지.

현 시점에서 파이를 크게 하는 것(경기부양)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파이를 고르게 자르는 것(분배정의)이다. 크기가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작아진 파이마저 제대로 나눠받지 못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김태동(金泰東) 정책수석, 이진순(李鎭淳) 한국개발연구원장, 전철환(全哲煥) 한은총재 등 「DJ노미스트」들은 과거 성장시대에 분배질서 확립을 소리높여 주장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파이의 크기확대와 형평배분을 함께 이루자는 것이 「민주적 시장경제」의 본질일텐데도 오직 침묵뿐이다.

배아픔을 달래지 않는 한 당장의 배고픔을 없애준다고 공복감은 제거되지 않는다. 실업문제도 이런 앵글에서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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