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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클럽 명예회장 전숙희씨 장문의 반성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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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클럽 명예회장 전숙희씨 장문의 반성편지

입력
199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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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고액과외 원로 여류문인 때늦은 참회록/“불법과외가 남긴것은 가족간 불화와 상처 괴로움과 후회뿐…”/“빗나간 사랑 다신 없어야”『불법고액과외가 남긴 것은 가족간의 불화와 상처, 그리고 괴로움과 후회 뿐이었습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명예회장 전숙희(田淑禧·79·여)씨는 30일 서울 강남경찰서 불법과외 수사팀에 장문의 「참회편지」를 보냈다. 국내문단의 원로로 존경받아온 전씨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손녀딸을 H학원장 김영은(金榮殷·57)씨에게 보내 과외교습을 시켰다가 적발됐다.

200자 원고지 19장에 달하는 편지에서 전씨는 과외교습을 받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한뒤 『손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에 저지른 잘못으로 가족간 불화가 일어나고 손녀에게도 상처를 입히게 돼 날마다 기도로 용서를 빌고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편지에 따르면 전씨가 손녀에게 고액과외를 시키게 된 것은 지난해 9월말. 전씨는 당시 아들 내외가 지방에 내려간 사이 강남 S여고 3학년이던 손녀의 학교를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담임교사 노모씨는 손녀의 성적을 걱정하는 전씨에게 『따로 배울길이 있다』며 『단시일에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넌지시 제의했다.

전씨는 다급한 마음에 그날로 담임교사가 소개한 학원을 찾아가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수년간의 날조된 명문대 진학률을 보여주며 『우리학원 선생님들의 수업방법이 특수해 단기간에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전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튿날 전씨는 학원에서 보냈다는 청년이 두달간 단 세과목 과외교습비로 3,000만원을 요구하자 깜짝 놀랐다. 『최고 200만∼300만원 정도를 생각했었다』는 전씨는 학원측이 『과목당 500만원씩 모두 1,500만원까지 낮춰줄테니 싫으면 그만두라』고 해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전씨는 비상금을 보태고 부랴부랴 동료 문인들에게 빌려 과외비를 마련한 뒤 다음날부터 내켜하지 않는 손녀의 등을 떼밀어 김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며칠 뒤 이 사실을 알게된 아들이 『과외를 고발해야 할 어머니가 도리어 이런 일을 하다니 실망했다』며 화를 내는 등 화목한 가정분위기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씨는 『손녀가 지원했던 대학에 떨어진 것도 이같은 가정불화로 마음의 안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마음 아파했다.

전씨는 『이후 고혈압과 심장병을 앓아 병원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이 사건이 사회문제화하면서 동료문인들의 따가운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며 『나라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에 나마저도 내자식만 생각하고 「미친 짓」을 저질렀다』고 참회했다.

전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편지를 쓰게되면 나의 연루사실이 널리 알려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있었다』며 『그렇더라도 나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이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경찰에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손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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