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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서 고향의 소리가…/풀피리 연주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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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서 고향의 소리가…/풀피리 연주회 열린다

입력
1998.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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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범씨 내달 3·7일이름도 정겨운 풀피리. 버들피리 보리피리 같은 대롱이 아니고 풀잎이나 나뭇잎 가장자리를 살짝 접어서 분다. 장난감이 아니고 어엿한 악기다. 조선시대 궁중음악에 쓰였고 성종 24년(1493년) 편찬된 음악이론서 「악학궤범」에 그림과 해설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강춘섭이라는 명인은 풀피리 연주로 유성기판을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맥이 끊긴 채 잊혀진 소리가 됐다.

40년 넘게 풀피리를 불어온 박찬범(51)씨가 발표회를 한다. 9월3일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오후 7시 국립극장 소극장. 02­273­0237)하고 7일 독주회(오후 7시 정동극장. 02­773­8961)를 갖는다. 지난해 국립국악원의 세계피리축제에서 잠깐 선보였을 뿐 개인발표회는 처음이다. 박씨는 풀피리를 잘 불던 아버지를 흉내내다 명수가 됐다. 사업을 하다가 4∼5년 전부터 풀피리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산에 나무하러 가서 잠시 쉴 때 아버지가 나뭇잎을 따서 척 불면 고단함을 잊곤 했지요. 참 좋은 건데, 점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요』

풀피리 불기는 쉽지 않다. 100번 쯤 입술이 터져 피가 나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고 한다. 박씨의 윗입술 안쪽은 굳은 살이 박혔다. 넓적한 잎이면 무엇이든 풀피리가 될 수 있다. 『돼지고기를 먹다가 상춧잎 뻣뻣한 놈으로도 불어봤으니까요. 얇고 야들야들한 잎은 좀 째진 소리, 동백잎처럼 두껍고 단단한 잎은 힘차고 화려한 소리가 나지요』

박씨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할 곡은 풀피리 시나위와 민요, 독주회 프로그램은 시나위 살풀이, 자작곡 「강산풍월」, 설장구와 풀피리, 사물놀이와 풀피리 합주 등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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