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그것은 정직성이다. 공직자가 정직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후진성을 면키 어렵다. 흔히 후진국의 전형으로 「관리는 뇌물받아 살고 국민은 탈세해서 주린 배를 채우는」 경우를 든다. 선진사회일수록 공직자의 정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닉슨이 탄핵을 당한 것은 워터게이트사건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었고, 최근 클린턴이 머리를 조아리고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거짓증언 때문이었다.■우리나라에서 공직자 재산신고의 성실성 여부가 말썽을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건전하게 모은 재산을 축소신고하거나, 누락시키려는 시도로 말미암아 공직자들의 신뢰도가 실추된 경우는 허다했다. 시가보다 엄청나게 낮은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재산을 신고하는가 하면 상당수가 공시지가와 기준시가 사이에서 곡예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경우가 이를 잘 말해 준다. 보도에 따르면 안시장이 이번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등록한 금액이 지난 6·4지방선거때 신고한 액수보다 무려 6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선거때도 28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하자 많은 유권자들이 평생을 공직자로 지낸 사람치고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사실은 엄청나게 축소신고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아무리 공시지가와 기준시가 사이에서 곡예를 했다고 해도 서울 압구정동 65평아파트를 1억1,000만원으로 신고한 처사는 해도 너무 했다. 불과 두달사이에 28억원을 47억8,000만원으로 수정해야 하는 이런 공직자들이 활개치고 있는 사회라면 우리의 장래는 암담하다. 「길거리에 새끼줄이 떨어져 있어 이를 끌고 와보니 소가 있었다」고 했다는 소도둑의 변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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