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이면 상업 한일은행이 합병을 선언한지 꼭 한달. 어차피 순탄함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1개월간 두 은행이 보인 행태는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한동안 합병비율 수치를 놓고, 그 다음엔 서로 인원을 덜 줄이겠다고 티격태격했다. 감원문제가 가까스로 진정되자 합병공시과정에서 한쪽(상업)은 상대 감정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굳이 「흡수합병」 문구를 사용하더니 다른 한쪽(한일)은 이에 맞서 합병실무인력을 철수하기도 했다. 심지어 상대은행을 비방하는 보고서를 모처에 올리지를 않나, 이젠 투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양 은행장이 「도원결의」라도 하듯 성공적 합병을 위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국내외에 보도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10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두 은행 본점에 슈퍼뱅크탄생을 선전하는 대형현수막이 걸린지 또 얼마나 지났다고 과연 이런 구태를 연출하는 것인지.
상업 한일은행은 뭘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두 은행이 좋아서 결합했든, 마지못해 결합했든, 그 합병은 합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존차원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절박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두 은행이 더이상 그 경영진과 직원들의 것이 아닌데도, 따라서 자칫 없어질지도 모를 임직원들의 일자리를 국민이 세금으로 보장해주는데도 말이다.
두 은행이 스스로 뭉치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관(官)의 개입 뿐이다. 총자산 100조원대의 슈퍼은행탄생이라는 금융사상 기념비적 사건을 정부가 주무른다면 은행으로서나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상업 한일은행은 현재 별개 은행인 동시에 하나의 은행이다. 합병의 최종결승점까지 자기를 버리는 「2인3각」경기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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