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심리적 저지선에 구멍났다”/與,野에 충격주어 이탈가속화 전략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통합을 계기로 정계개편이 급물살을 타게됐다. 그동안 정치구도의 변화에 저항하는 물리적,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날 양당의 통합선언은 그 저지선의 둑에 큰 구멍을 낸 셈이다.
실제 양당은 통합의 명분으로 지역갈등 해소, 동서화합 등 여러가지를 내세웠지만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역시 정계개편이었다. 『국민대연합과 큰 틀의 정계개편을 위한 전환점』(청와대 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 『앞으로 더 많은 의원들이 여당에 참여할 것』(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 총재대행) 등 양당 통합을 정계개편의 가속화와 등식화하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외형상 국민신당 의석 8개가 야대를 여대로 바꾸지는 못한다. 국민회의 88석, 자민련 49석이 국민신당 의원들의 입당으로 각각 95석, 50석으로 늘어나지만 과반수에는 아직 5석이 부족하다. 그러나 의원 한두 사람이 아니고 8석의 정당이 이동했다는 사실은 정치흐름에 심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거취를 고민하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여당의 울타리가 커질수록 우리가 입당하기가 수월하다』고 속내를 드러낸 것은 이런 맥락이다.
국민회의가 다소 일정을 앞당겨 국민신당과의 통합을 서두른 배경에도 한나라당에 충격을 주어 이탈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전에 여권이 어느정도 정계개편의 토양을 마련해야 보다 많은 야당의원들이 입당할 것이라는 게 여권 지도부의 판단이다. 조세형대행은 아예 「문호개방론」을 내세우며 『원외 중진의 지역구라 할지라도 야당의 현역의원이 입당을 원할 경우 지역구를 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양당 통합은 정계개편의 분위기만을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국민회의 지도부는 오랫동안 대화를 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취결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10여명이 이미 전당대회 이후 입당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자민련도 한나라당 전대직후 당권경쟁에 나선 중진의원과 내각제를 테마로 한 논의를 심도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어떤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지, 촉각이 곤두선다.<이영성 기자>이영성>
◎통합 이모저모/이인제 “당대당 합당이라면…” 물꼬/이만섭 총재 전격 청와대회동 마무리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국민신당 이만섭(李萬燮) 총재가 28일 오후 「갑작스럽게」청와대회동을 갖고 당대당의 통합에 의견을 모음으로써 그동안 줄곧 연기를 피우던 통합협상이 매듭됐다.
○…청와대회동은 오후 2시께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총장이 국민신당 박범진(朴範珍)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후 대통령과 이총재의 면담을 추진하자』고 제의함으로써 이뤄졌고 이때부터 통합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오후 4시30분부터 40분가량 만나 『나라를 구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당이 힘을 모으자』고 쉽게 합의점을 도출했다.
양당 총장간의 통합협상은 지난 6월에도 있었으나 국민신당의 「오너」인 이인제(李仁濟) 고문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이번 협상은 지난 24일 이고문이 『당대당 합당 방식이라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민신당 지도부가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은 소속의원 8명 전원이 탈당을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기때문이다.
○…국민회의측도 국민신당 구애(求愛)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치개혁의 추진력을 얻기위해선 원내세력을 보강해야 하는데다, 대선때 500만표 가까이 얻은 이고문을 「수혈」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균환총장과 박범진 전총장은 25일부터 지분문제등 통합조건에 대해 협상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부총재와 국민신당 서석재(徐錫宰) 최고위원도 물밑접촉을 가졌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총무와 이강래(李康來) 청와대정무수석등은 국민신당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통합분위기를 성숙시켰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국민회의측이 당대당 통합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했다. 정총장과 박전총장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전에 결실을 맺자는데 인식을 같이한뒤 지분을 8대2로 나눠갖되 이만섭 총재와 이인제 고문을 최대한 예우하기로 의견을 접근시켰다.
○…마지막 걸림돌은 국민신당 일부의원이 국민회의 행(行)에 대해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이미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 총리,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등과 만나 자민련 입당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자민련측은 충남 청양 출신인 김의원에게 『차기 총선에서 충남지역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출신인 한이헌(韓利憲) 의원은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역구 여론을 좀더 지켜본뒤 입당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한의원과 서석재·김운환 의원은 28일밤 만나 최종입장을 정리했는데 합류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당 통합이므로 탈당하지 않는 이상 「자의반 타의반」의 합류가 보장되는 것도 이들의 주춤거림에 한몫했다는 후문이다.<김광덕 기자>김광덕>
◎野 “군소정당 매점매석”/“신당 방향잃었다” 비난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합당에 대해 『인위적 정계개편의 일환일뿐, 별볼일 없다』는 반응속에 국민신당을 집중 비난했다. 김철(金哲) 대변인은 『여당이 우리당의 의원을 빼내가더니 이번엔 군소정당을 매점매석한 격』이라며 『국민신당이 그동안의 정치적 고독을 참지 못해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었다』고 폄하했다.
경선주자 4인의 반응은 다소의 뉘앙스 차이를 드러냈다.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측은 『국민신당이 DJ의 대선승리를 위해 급조된 「철새 정치인 집합소」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김덕룡(金德龍) 전 부총재도 『대선에서 3김 청산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DJ를 위해 뛰었던 국민신당의 국민기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다시는 제2의 국민신당과 이인제(李仁濟)씨가 출현하지 않아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반면 이한동(李漢東) 전 부총재측은 『야당 파괴공작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며 『국민회의가 DJP약속 파기를 전제로 개헌저지선 확보작업을 시작했다』는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또 서청원(徐淸源) 전 사무총장은 『원칙없는 정략적 통합은 정치불신을 가중시킬 뿐 정치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그쳤다. 한나라당의 행로가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국민신당 약사
▲97년 9월13일=이인제 경기지사 신한국당 탈당 및 대선출마 선언
▲10월 7일=국민신당 발기인 대회
▲10월13일=무소속 장을병 의원 합류
▲10월31일=신한국당 서석재 김운환 한이헌 의원 합류
▲11월 2일=신한국당 박범진 이용삼 김학원 원유철 의원 합류
▲11월 4일=국민신당 창당, 이인제 대선후보·이만섭 총재 선출
▲12월 8일=한나라당 박찬종 고문 입당
▲12월18일=이인제 후보 대통령선거 패배(492만표 득표)
▲98년 4·2재보선, 6·4지방선거, 7·21 재보선 잇단 참패
▲8월28일=국민회의와 통합 합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