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강북삼성병원 본관/서거현장 역사적 장소가 안내문없이 표석 하나 ‘달랑’경술국치일이자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 생신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본관. 무수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낡은 2층석조건물 귀퉁이에 서 있는 「백범이 거주하다 서거한 곳」이라는 서울시 표석을 눈여겨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해방정국 통일조국 건설의 일념으로 살다 암살범의 흉탄에 서거한 백범선생의 만년 거처 경교장(京橋莊). 병원건물 신축을 위해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가 이전 논의를 거쳐 「현상 유지」로 귀결된 국내 유일의 백범 행적지다. 백범은 45년 11월 귀국한 뒤 경교장을 집무실겸 숙소로 사용하며 이 곳에서 임시정부 포고령을 선포하고 임정국무회의 등을 주재했다. 미군정에 대항해 『마음속의 38선이 무너지지 않고는 땅위의 38선도 철폐될 수 없다(「3,000만 동포에 읍고함」48.2)』며 반탁의 의지를 밝혔던 곳도, 수백명의 대학생들이 백범의 「남북 4김회담」길을 막기 위해 드러누워 저항했던 곳도 이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병원측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건물이 낡고 협소하지만 무턱대고 헐지도 못하는 처지. 백범이 육군소위 안두희(安斗熙)의 흉탄에 쓰러졌던 2층 집무실은 안내명패 하나 없이 잠긴 채 의사휴게실겸 야간진료부장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문화답사팀이나 개인적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월 1∼2차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교장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삼아 보존하자며 3년째 동분서주해온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김인수(金仁壽)씨에게는 「국회의원 30%이상의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백범」이라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김씨는 『지난해 3월 국회의원 62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경교장 복원및 문화재 지정 청원」에 대해 국회는 심사소위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이면 백범서거 50주기』라고 탄식했다. 운동연합측은 29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에서 입법을 촉구하는 「백범맞이 굿」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관광위 김기상(金基尙) 입법심의관은 『최근 본회의에서 「국회상설소위원회 설치등에 관한 규칙」이 통과됐기 때문에 곧 문예소위가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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