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신행 의원을 감싸는 행태는 갈수록 어이가 없다.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대치과정에서 네차례나 임시국회를 단독소집했던 것이 이의원 보호용이라는 비판이 있는 마당에 정부측의 체포동의 요구에 반대 입장을 공언하고 나선 것은 공당의 태도로 볼 수가 없다. 이로인해 이의원 체포동의안은 상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일주일후 이번 국회 회기가 끝난 뒤에는 검찰과 이의원 사이에 민망한 숨바꼭질이 재연될 소지마저 있다.국회에 제출된 구속영장 사본에 따르면 이의원은 기산사장 재직시 183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이중 38억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등 99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정치권에 로비자금을 뿌린 의혹도 사고 있어 정치권 사정의 핵심 조사대상 인물인 처지다. 정치권에 대한 엄정한 사정이 왜 필요한가를 되풀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치부패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때마다 떠도는 「부패 리스트」만도 여러 건이다. 여기에 엊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의원뿐 아니라 청구그룹과 기아그룹이 각각 200억,9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사정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야당파괴, 또는 표적사정이라는 논리로 반발해 왔고 여권 스스로가 이런 빌미를 준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에는 검찰총장의 대선후보 비방 및 야당의원 수뢰설 유포등을 이유로 검찰총장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의원의 보호가 한나라당에 어떤 명분과 가치를 갖는 것인지 갈수록 아리송하다. 불체포특권이 사라진 회기사이 며칠의 틈을 피하기 위해 당사로 숨어드는 웃지못할 행위도 마다 않는 이의원에게 야당탄압이니, 편파수사니 하는 주장은 어울리지가 않는다. 한나라당은 이의원 체포동의안의 상정을 막지 못할 경우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로 맞서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한나라당도 이의원을 마냥 끌어안고 가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한때 당지도부가 검찰소환이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이의원에게 권유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나라당이 여권의 개혁을 비판하고 공정한 사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잃지 않으려면 이의원문제를 정정당당하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아로비에 발목이 잡힌 일부 중진들이 이의원처리를 내부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공공연한 소문에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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