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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지하시설 논란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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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지하시설 논란 전말

입력
1998.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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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核시설’ 의혹 제기로 촉발/“韓·美 수년전부터 인지” 사실상 해묵은 일/경수로費 신경전때 터져 美 정부 개입 의심북한이 영변 주변에 건설중인 대규모 지하시설에 관한 논란은 사실 해묵은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측의 공사 진행사실을 인지한 것은 『수년 전의 일』이라고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밝혔다.

그러나 1월17일 뉴욕타임즈의 인터넷 뉴스서비스가 미 정보소식통을 인용, 핵시설일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에는 뉴욕 타임스가 『미 첩보위성이 평북 영변 동북방 40㎞ 지점에서 대규모 지하 군사시설 건설 현장을 촬영했으며, 미 정보기관들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기 위한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 미국측의 「물증」확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공교롭게,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합의의 이행여부를 놓고, 한·미·일 3국이 북한 경수로 건설 분담금 및 중유공급 비용문제를 놓고 각각 치열한 신경전을 시작한 것과 일치한다. 정부 일각에서는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찰스 카트만 미국 한반도담당 특사가 미 의회에 대해 북한 정세 브리핑을 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미 행정부측의 의도가 개입된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우선 북측이 지하핵시설을 건설할 만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시설을 지하에 수용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외교통상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 시설에 대해 「핵시설로 추정되는」이라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논란이 국내로 확산됐다. 정부는 서둘러 이 표현을 수정했지만, 북한 핵시설 논란은 대북정책에 관한 관계부처간 시각차까지 노출시키면서 단순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유승우 기자>

◎정부 입장/“아직은 미확인”/核개발여부 예의주시속 ‘對美시위용’ 추측 무게

정부는 북한 핵시설의혹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재개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문제의 지하시설이 핵개발용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대규모 지하토목공사가 진행중인 것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상태이긴 하지만 내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만한 정보가 없다』며 『이에대한 의혹을 해소하기위해 한미간에 신중히 대처해나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장관도 25일 국회답변에서 『지하 지휘통제소 또는 무기저장소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을 어떤 것이라고 결론내리기는 아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에서 정부는 일단 첩보위성에 노출될 것을 알면서도 공공연하게 공사를 진행중인 점등을 들어 북한이 중유공급이나 대북 경제제재완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따내기 위한 시위용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있다. 또 한편으로는 11월 하원의원 선거를 앞둔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와 중유공급 예산지출을 반대하는 공화당 주도의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의 핵개발의혹을 다소 부풀려 흘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유사시에 언제든지 핵개발용 시설로 전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 공사가 더이상 진척되지 못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강경주장도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당국자는 『북핵 문제는 북·미간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나가는 길 외에는 묘안이 없다』며 『실체 이상으로 이 문제가 확대될 경우 해외자본 유치에 악영향을 주는 등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점을 미측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윤승용 기자>

◎미국 입장/일관된 NCND/“核협정 위반증거 없다” 核합의 준수는 강력 촉구

제네바 핵합의 파기 논란을 빚고 있는 북한의 지하시설물 건설에 대한 미국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은 아직 없다. 미 언론들이 핵시설로 유추하는 데 대해 미 행정부는 「북한이 아직 핵동결 협정을 위반한 증거는 없다」는 코멘트가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미 국무부는 이 시설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힐 뿐 일관된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 정책)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언론 등을 통해 나온 정보를 종합해 보면 영변 북동부 40㎞지점 산악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터파기 토목공사 수준이다. 때문에 아직 어떤 시설이 들어설 지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것이 미 정보기관의 분석이다. 또한 시멘트 양생과정 등 건축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기본합의를 저버린 것도 아니라는 견해이다.

수천명의 인부가 매달리고 있지만 완공까지는 5년이 걸릴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공사는 올해 1월 미 군정보국(DIA)에 포착돼 파문을 일으켰던 희천군 하갑지역 지하시설물 공사 등 북한에서 심심치 않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비밀 시설물들이 언제든 핵시설로 전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5월부터 영변 원전의 봉인작업을 중단시키며 「핵협정 파기」를 누차 위협해 왔다. 미국측의 미진한 중유 공급을 빌미로 삼았지만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인도적 지원 요구가 깔려있다. 따라서 미국이 뉴욕 고위급회담에서 공사 중단과 함께 핵합의 준수를 강력히 촉구한 것은 북한이 재사용할 지 모를 「핵카드」에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강경수라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이러한 미국의 강성 입장은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세계 핵확산 방지문제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

◎지하시설 위치/영변 동북방 40㎞ 지역/청천강도 인접해 주목

지하시설 위치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영변 동북방 40㎞지점인 자강도 희천군과 영변 서북방 40㎞지점인 평북 대관군 지역등 2군데. 최근 정부소식통은 『한미간에 주목하는 곳은 희천이 아니라 평북 대관지역』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희천지역은 핵시설에 필수적인 물공급이 어려운 곳이어서 단순한 지하군사시설일 가능성이 큰 반면 대관지역은 대령강이 인접해있고 최근 두개의 댐이 신축된 사실이 확인된데다 그 규모도 더 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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