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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종현 회장 생애/이론·실무겸비 ‘앞선 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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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종현 회장 생애/이론·실무겸비 ‘앞선 경영인’

입력
1998.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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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석유서 정보통신까지 25년만에 재계 5위 다져/전경련회장도 3번 연임고(故)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한국의 대표적인 경영인중 한명이다. 창업주인 형으로부터 직물회사 하나를 넘겨받아 25년이 흐르는동안 확실한 재계 5위로서의 위치를 다졌고 재계 총수인 전경련 회장을 3번씩이나 연임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남달랐다. 특히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석사에 걸맞는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영기법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키는 「앞선 경영인」으로의 이미지를 선명히 하기도 했다.

최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70년대이후 선경은 수직계열화와 다각화라는 최회장의 경영목표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다. 직물회사였던 선경이 그룹으로의 모양을 본격 갖추게 된 것은 80년, 당시 국내 최대 공기업중 하나였던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하면서부터다. 「007 작전」이란 이름을 내걸고 문을 걸어잠근채 극비리에 추진한 인수전에서 선경은 삼성을 상대로 승리, 파란을 일으켰었다.

최회장은 82년부터 계열사 설립에 본격 나서 유공해운 유공가스 선경화학 유공옥시케미컬 등을 차례로 설립했다. 대신 섬유 석유화학 이외의 군소계열사들을 차례로 정리, 숙원사업이었던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최회장은 94년 7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축을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으로 정리함으로써 선경을 전혀 새로운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과 사돈인 관계로 한때 「유착」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문민정부 출범 직전인 93년 2월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돼 97년 2월까지 3기 연속 전경련 회장에 추대됐다. 최회장은 정권이 두번이나 바뀌는 복잡한 정치상황에서 재계총수를 맡아 복잡하고 다양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재계의 목소리를 조율하는데 역량을 발휘했다. 최회장은 또 일찌기 선경경영이념(SKMS)이란 독특한 경영철학을 현장에 옮겼다. 2000년에 대비하는 경영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 선경맨들에 대한 최회장의 주문이었다.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풍부한 경험을 실전에 발휘한 재계총수로의 행보때문에 최회장은 21세기형 총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회장은 그러나 갑자기 닥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21세기를 직접 경영해보지 못한채 타계하고 말았다.

최회장은 특히 눈을 감기 직전, 삶에 애착을 갖고 다양한 활동들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신을 간호하다 1년여 앞서 운명한 부인 박계희(朴桂姬·작고)씨의 몫까지 살려면 더 오래 건강해야 한다면서 각별한 투병생활을 했다고 한다. 부인과 함께 다닌 그룹 연수원 단전수련장에도 더욱 자주 들렀고, 단전호흡에 대한 책의 후속편으로 「심기신(心氣身)수련」이란 책을 출간하기로 하고 집필을 막 끝내기도 했다.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운명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말이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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