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신은 비폭력 반공/지역주의는 악마의 주술”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6일 광주를 방문, 망월동 5·18 묘역을 참배했다. 묘역에서 김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김대통령은 5·18 민중항쟁 추모탑에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적힌 화환을 헌정하고 향을 피운 뒤 묵념했다. 김대통령은 유영 봉안소로 발길을 옮겨 참배한 뒤 5·18 희생자 261명의 영정과 위패를 한동안 응시했다. 굳은 표정의 김대통령을 이기홍(李基洪)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 관련 단체 대표와 회원·시민 500여명이 지켜보았다.
김대통령은 이어 전남도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으로 처음 묘역을 참배한 소감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한다』며 『민중항쟁은 내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는 보도를 보고, 석방과 계엄해제를 요구하며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김대통령은 『당시 군사정권은 「협력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과 간청을 했으나, 나는 「죽기로 작정했으니, 죽여라」고 했다』면서 『죽는게 무서웠지만 내가 살기 위해 광주 시민과 영령들을 배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자신과 5·18의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광주 정신은 비폭력·준법·반공이었고, 끝까지 이같은 원칙을 지키는 위대함을 보였다』면서 『내가 대통령으로 이 곳에 온 것도 민중항쟁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악마의 주술과 같은 지역주의를 반드시 내 임기중 종식시키겠다』면서 『민주주의에 공헌했던 인사들이 협력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로 결론을 맺었다.
김대통령의 호남 방문길에는 곳곳에 감회가 이어졌다. 김대통령은 목포에서 광주까지 헬기를 이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승용차로 이동했다. 김대통령은 71년 교통사고를 당했던 광목간 도로, 나주, 송정리를 지나면서 시민이 모여 있는 곳마다 서행하며 손을 흔들었다.<광주=유승우 기자>광주=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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