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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첨단 고가장비가 ‘고철값’ 해외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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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첨단 고가장비가 ‘고철값’ 해외 유출

입력
1998.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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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벤처기업들 “나좀 빌려줬으면”/부도기업서 압류후 창고서 녹슬다 매각잇단 기업도산으로 비싼 값에 수입한 첨단장비 상당수가 압류된 채 창고에서 녹슬고 있다. 기업들이 들여왔다가 도산하는 바람에 채권은행이나 성업공사 등에 압류당한 장비들이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것. 이들 압류장비들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채권은행이나 성업공사 등을 통해 외국 중고장비 바이어에게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굴지의 컴퓨터그래픽영상 제조업체인 L사는 최근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L사는 이 과정에 2년여 전 호주 코닥사로부터 리스금융을 통해 구매한 30억원대의 3차원영상 입출력장비를 외국에 헐값으로 팔았다. 반면 국내최초로 3차원 애니메이션 상업영화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된 서울대 산학벤처기업 「오페라」는 자금사정으로 컴퓨터기기 등 필수장비를 구하지 못해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오페라측은 미국의 3차원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 제작장비 공급업체인 SGI사 한국지사에 요청, 오닉스컴퓨터 등 5억원대 장비를 3개월간 무상임대했지만 계약이 끝나는 내달말이면 장비를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오페라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이 담보융자 위주여서 영세 벤처기업으로서는 그림의 떡』이라며 『지원자금으로 도산업체의 고급장비를 구매해 필요한 벤처기업에 대여하고 저렴한 사용료를 받는 등 지원정책을 다각화하면 벤처기업도 살리고 국부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도업체 경영자모임인 팔기회 윤한기(尹漢基) 사무국장은 『국내업계 창업여건이 나빠 수입한 고가 장비들이 중고기계 전문브로커를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가 회복돼 다시 수입하려면 또 거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채권은행으로부터 부도업체 공장과 장비 등 처분을 위탁받아 공매하는 성업공사 관계자는 『공장저당법에 따라 공장과 기계를 분리해 매매할 수 없어 대체로 부동산시가에도 밑도는 값에 공장을 일괄경매하기 때문에 기계는 고철값으로 팔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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