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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선례’의 좋은 교훈/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 사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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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선례’의 좋은 교훈/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 사장(특별기고)

입력
199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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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빨리, 제대로 실천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의 경우 자산양도나 사업부문의 매각, 증자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현실 법규나 세제·금융상의 제약 때문에 이같은 방법은 별로 채택되지 않고, 결국 「비용줄이기」가 가장 많이 선택되는 형편이다. 비용줄이기는 물건비, 인건비 모두가 포함되는 만큼 내수시장의 급속한 침체는 여기에 연유하는 바 크다. 그런데 제일 큰 이슈가 바로 인건비줄이기이고 그 선택은 일괄적 임금삭감과 인원수줄이기(정리해고, 명예퇴직)로 나타난다.현대자동차사태는 회사측에 의한 대량의 정리해고 시도에서 출발한다. 가동률이 40%수준으로 접근하는 상태에선 과잉인력을 정리하는 게 부도를 막는 길이고, 노동인력의 재배치를 통해 생산성을 빨리 올리는 방법이라는 취지일 것이다. 또 노조의 정치성향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제가 미비한 현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결국 사회불안을 가속화하고 내수를 위축시키며, 노동의 유연성확보는 정리해고 이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강한 것이다.

결국 현대자동차사태는 정부로부터 구조조정에 관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 경영진과 강한 조직력을 배경으로 특별한 이익을 누려왔던 공공부문·금융기관·재벌회사 노조간 대리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 수습에 필요이상의 시간과 금전상 손실(약 1조5,000억원이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사태가 일단락된 현 시점에서는 이번의 사태에서 배울점을 찾아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유사한 사태의 예방과 해결에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첫째, 협상과정에서 정리해고의 요건인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냉정한 논의가 두드러지지 못했다. 직종이나 직급별 각종수당이나 통상적 임금수준과 분야별 노동생산성간의 비교 등 노동조건에 대한 투명성이 없는데 제3자들이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 의도의 순수성 여부를 떠나서 매우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둘째, 노사 양측의 협상기간 중 왜 정상조업을 할 수 없었는가? 협상기간 중의 질서문란행위자에 대해 견제나 처벌없이 방치된 사연은 무엇인가. 셋째, 협상결과 나타난 해결책으로 회사의 미래예측 손실을 얼마나 보전할 수 있는가? 만일 협상결과가 경쟁력회복에 못미친다면 정부나 협상중재자, 그리고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보충시켜줄 것인가. 넷째, 기업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의 변화는 주로 의욕을 꺾는 게 주류를 이룬다. 소비자보호, 소액주주보호, 기관투자가의 경영개입, 집단소송제 도입 등 추가적 부담은 많은데 정치계와 노동계는 부담을 나누려고 하지 않으니 기업인들로서는 탈출구가 잘 안보인다. 이는 결국 경제위기의 탈출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개별 기업차원에서 노동조합운영이나 근로여건(임금, 노동시간 등)에 관한 투명성을 빨리 높이고, 노동관계법 집행을 보다 신속하고 엄격하게 실행해야 한다. 둘째, 과도하게 인건비절감(정리해고 등)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기업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업자산매각이나 증자와 관련한 법규, 세제, 금융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지주회사의 폭넓은 허용으로 산업차원의 구조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 셋째, 공공개혁을 서둘러서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준조세·공과금의 부담을 지지않도록 해줘야 한다. 넷째, 이번의 미봉책으로는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것이다. 향후 공기업매각과 기아자동차및 서울·제일은행매각, 기타 금융및 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경제논리와 시장경제중시형 접근방법을 보다 철저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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