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산시 인사들 주축/연극 등 통해 기금마련천상병(1930∼1993) 시인을 추모하는 「천상문학상」 제정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자신의 시 「귀천」의 구절처럼, 간난 속에서도 천진한 어린이마냥 무구하게 평생을 살다 떠난 시인 천상병과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소리 내지 않고 문학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 주축은 천시인이 청소년기를 보낸 경남 마산시의 문화계 인사들이다. 최근 천시인의 부인 목순옥(60)씨로부터 문학상 제정 의사를 들은 이들은 연극 공연과 지역차원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기금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극단 즐거운 사람들(대표 김병호)은 30일부터 9월7일까지 서울국제연극제 참가작품으로 앙코르공연되는 연극 「천상시인의 노래」 수익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천상시인의 노래」는 천시인의 삶과 시를 다룬 그의 5주기 추모공연으로 올 4월 초연된 작품. 어린 시절과 부인과의 만남, 67년 무고하게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받았던 고문과 실종사건, 이후 가난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모든 것을 초월하고 동심으로 세상을 살다 간 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극은 서울 공연에 이어 마산에서도 공연(9월23∼25일)된다. 기금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마산청년회의소 김경환(36) 상임부회장은 『천시인이 자라났던 이 지역에서부터 문학상 제정의 움직임을 구체화해나가겠다』며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의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인사동에서 카페 「귀천」을 운영하고 있는 부인 목씨는 『고인이 생전에 소장했던 그림 60여점의 전시회 수익금도 보탤 생각』이라며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할 형편은 못 되지만 만약 상이 제정돼 정착하면 기금 수익금으로 천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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