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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 창작집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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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 창작집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입력
199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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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代의 불륜/도덕불감 사회에 던지는 경고/불륜으로 가득찬 세상/무너져가는 가족윤리/추리성 가미 생생한 묘사「세상은 불륜(不倫)으로 미만해 있다」. 소설가 서하진(38)씨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도리없이 이런 암울한 생각이 떠오른다. 불륜의 이야기로 가득찬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고통의 체험이다. 그러나 작가는 들끓는 불륜의 생생한 제시를 통해 위태위태한 한국사회의 가족윤리를 근본부터 되돌아보게 한다. 서씨가 첫 소설집 「책 읽어주는 남자」 이후 2년여만에 두번째 창작집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문학과 지성사 발행)를 냈다.

첫 소설집에 이어 이번 작품집에 실린 7편의 중·단편도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가족관계, 주로 부부관계를 다룬 작품들이다. 주인공은 전부가 30대의 기혼여성이다. 표제작은 남편에 이어 애인에게서도 버림받거나, 남편의 외도에 괴로워하면서 XY염색체를 가진 아들을 낳으려 낙태수술을 계속하는 여자, 또 「섹스는 여자의 유일한 전략이며 장기이고 목적」이라고 믿는 남편을 둔 여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형식으로 다룬다. 아이가 폐결핵 걸린 남편으로부터 감염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여자(「나무꾼과 선녀」), 장모가 정신이상 증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내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갖는 남편의 이야기(「타인의 시간」) 등 7편의 소설에는 이미 불륜으로 얽혀 있는 부부관계의 불화가 아이문제까지로 이중삼중으로 중첩돼 나타난다.

이런 줄거리라면 대번 통속소설의 지경으로 떨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서씨는 그 위험성으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의 힘을 구사한다. 이른바 「고백체」로 비판받는 또래 여성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치밀한 서사구조, 추리소설을 읽는 듯 환상과 실재를 교묘하게 뒤섞어놓은 장치 덕분이다. 이번 작품집에 실리지 않았지만 계간 「문학동네」가을호에 게재된 근작 「라벤더 향기」는 그의 이야기솜씨가 멋지게 발휘된 작품이다. 사업하는 남편을 두고 화초처럼 아파트 8층에 사는 여자가 있다. 그가 친척의 아파트를 봐주려고 잠시 아래층으로 이사온 남자와 불륜에 빠진다. 겉으로는 평온해만 보이던 여자의 가정에 교통사고로 인한 살인과 남편의 사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갑자기 겹쳐 일어난다. 소설은 과연 불륜남녀가 살인의 당사자인지, 세무비리의 제보자가 주인공여자인지 아닌지, 끝까지 독자를 궁금증에 빠트리며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이야기를 몰고 간다.

서씨는 왜 이렇게 불륜문제에 집착하는가. 그는 『남들이 「불륜의 여왕」이라고 하더라』며 우스개를 던지기도 했다. 그것은 소설가로서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분명 「조용한 가족」이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은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다」는 느낌으로 살아갑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한 거지요. 내가 쓸 수 있는 만큼만 우리 삶의 그 허위성을 드러내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소설주인공들과 달리 서씨는 아이 셋을 둔 평범한 가정의 주부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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