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마련 중인 통합방송법안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던 약속과 거리가 멀다.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방송불간섭을 내세운 바 있고, 새 정부도 방송업무 총괄기구인 방송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새 방송법이 마련될 때까지 공보처의 방송행정을 문화관광부에 잠정 이관했었다.그러나 국민회의가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방송위의 「독립성」 조항을 삭제했고, 방송위 사무처에 「공무원」을 두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대기업·언론사의 참여를 인정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방송위의 관할구역이 전국에 미친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이자 국가기관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방송인총연합회와 프로듀서연합 등 방송관련단체들은 『국민회의가 방송위를 정부에 종속시키려 한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당초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방송위원장은 중앙관서의 장(長)으로 보되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독립기관의 장(長)으로 본다」는 안을 마련했으나 최근 「독립기구의 장으로 본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방송위가 예산편성시 중앙행정기관처럼 취급돼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될 소지가 커진 것이다. 또한 방송위의 조직·운영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은 방송위 규칙으로 정한다」는 조항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바뀌었다. 이러한 조항은 방송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금보다도 후퇴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새 법안은 공중파 방송사업과 케이블TV·위성방송의 보도전문채널, 위성방송의 SO사업(위성방송사업자)에 대해 대기업과 언론사, 외국자본의 참여를 전면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위성방송의 PP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언론사의 참여지분을 100%까지 인정하고, 케이블TV의 SO사업(종합유선방송국)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언론사, 외국자본에 대해 15%이내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대기업과 언론사 등에 방송참여를 허용한 범위는 당초와 비교할 때는 상당히 높아진 수준이며, 이는 IMF 체제 이후 가중된 케이블TV 업계의 극심한 경영난과 외국자본 유치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방송단체들은 정부 계획대로 2002년 이후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화할 경우 대기업과 일부 언론사가 지상파방송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화하면 지금 보다 4∼5배 늘어난 채널을 채우기 위해 이들의 영역확장을 허용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미디어 독점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28일 문화관광부, 자민련과 함께 당정회의를 열어 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방송철학과 긴 안목에서 본 방송정책이 새 법안에 반영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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