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슬람은 영원히 공존할 수 없는 적인가? 아프리카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테러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 폭격, 뒤이은 이슬람권의 대미 성전(聖戰) 태세로 양측간에 긴장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세력은 왜 미국을 제1의 타도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미국은 왜 「이에는 이」로 나서고 있는가?◎미국/응징명분뒤엔 중동통제 강화 계산/온건국과는 협조 분할통치방식 구사
미국은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을 테러와의 「새로운 전쟁」이라는, 다소 모호한 용어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프간과 수단은 물론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의 「이슬람 길들이기」맥락에서 파악하고 유례없는 「반미동맹」을 형성했다. 결국 「새로운 전쟁」이라는 용어 속에 감춰진 미국의 새 중동정책을 둘러싸고 양측간에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새로운 전쟁」의 목표는 단순하다. 워싱턴 소재 미 평화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은 그것이 『더이상 테러리스트의 안식처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 테러분쇄를 위해 더 이상 국제사회의 모범생으로 남는 것을 포기했으며, 타국의 주권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새로운 정책의 본질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이같은 메시지는 가장 활발한 반미테러의 산실이 이슬람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대이슬람, 또는 중동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냉전종식 이후 리비아 이라크 등 중동의 극단적 이슬람국가로부터의 지속적인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확고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국제법과 주권존중의 테두리 내에서 특정국가에게 가해진 정치·경제·통상·외교적 제재조치들은 통제력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범이슬람권의 소통과 단결을 초래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사마 빈 라덴 그룹처럼 특정국가의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테러세력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미국에게 정책적 기회를 제공했다. 즉, 이전에 특정국가를 상대할 때 무시하기 힘들었던 국제법적인 제한을 뛰어넘어 무력행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계기를 연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향후 중동정책은 테러와 직접 연관된 이슬람 극단세력에 대해서는 확고한 무력응징을, 여타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분리통치방식」을 구사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통제력을 확보하는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장인철 기자>장인철>
◎이슬람/유대인 편중된 미 정책에 불만고조/성지 미군주둔도 자존심에 큰 상처
이슬람권은 왜 미국을 적으로 생각하는가? 미국은 왜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사무엘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같은 긴장과 투쟁은 「기독교권과 회교권」의 문명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일까?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테러사건과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의 테러시설들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폭격으로 미국과 이슬람권과의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국제사회에 팽배해 있다.
이슬람권이 미국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대중동 정책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그동안 대중동정책에서 너무 일방적이며 자국 위주의 논리를 강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에 대한 정치·경제적 제재조치는 물론 군사행동도 서슴지 않는 등 같은 서방권인 유럽국가들보다 강경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이슬람권에서 「성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땅에도 3만5,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미국이 심지어 여군까지 보내 자신들의 도덕·윤리마저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대결에서도 미국은 언제나 유대인의 편만을 들고 유대인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또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을 「깡패국가」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서 항상 이들을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하면서 각종 제재조치를 취해 왔다. 이란의 과거 팔레비 정권 등 이슬람 왕정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타도 대상이었다.
이슬람권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이같은 강압적인 태도에 대해 당연히 반발하면서 미국을 따르지 않는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논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일부 여론들도 차제에 대중동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내 유대인들의 강력한 로비 등에 밀려 최근까지 별다른 정책의 변화는 없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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