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정리도 곧 착수/맞춤법 개정권 상실 등 사회무관심엔 우울한글학회(이사장 허웅)가 31일로 창립 90돌을 맞는다. 일제의 한글말살정책에 맞서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1908년 국어연구학회를 모태로 출범한 한글학회는 해방 후 국어현대화를 위한 연구를 주도해왔다. 한글학회는 창립 90주년행사의 일환으로 올해 「한국지명총람」의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에 착수한데 이어 한글의 세계화와 북한언어에 관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92년 착수한 국어국문학에 관한 모든 논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가속이 붙어 조만간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현재 한글학회는 국문학전공자가 가입할 수 있는 정회원 1,000여명을 포함, 2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32년 창간된 계간 「한글」(현재 239호 발간) 발행도 한글학회의 중요활동 중 하나이다. 한글학회는 장기사업의 하나로 사라져 가는 방언을 정리하는 작업을 구상중이다. 방언을 문법과 음운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사전으로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글학회는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회를 발족한데 이어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을 확정하는등 일찍부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투쟁을 벌였다.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했다가 해방 후인 56년 완성한 「조선말 큰사전」(전 6권), 지역마다 뜻이 다른 말을 통일하기 위해 펴낸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년 발행),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1941년) 등은 현재까지 국어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1942년은 한글학회 수난의 해. 일제는 조선어사전 편찬을 막기 위해 이중화 이윤재(감옥에서 사망) 한 징(〃)선생등 학회인사 33명을 구속했다. 이른바 조선어학회사건이다. 모든 학회활동은 일제의 탄압 때문에 중단됐다.
한글학회는 해방과 함께 교과서와 사전 편찬작업에 전념했다. 「조선말 큰사전」(56년) 「중사전」(58년) 「소사전」(60년) 「새한글사전」(65년) 「쉬운말 사전」(67년) 「한국지명총람」(86년) 「우리말 큰사전」(91년) 「국어학사전」(95년) 편찬은 바로 민족교육의 일환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90돌을 맞는 한글학회의 모습은 그리 밝지 못하다. 「IMF체제」라는 경제·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한글과 한글학회에 대한 무관심이 큰 원인이다. 정부는 90년 한글날을 폐지했다. 또 같은 해 국립국어연구원을 설립, 맞춤법개정안등 한글학회가 수행해온 국어정책권을 회수했다. 71년부터 한글학회를 이끌어온 허웅(80) 이사장은 『정부가 학회의 양해도 없이 국어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져갔다』며 섭섭해 한다. 한글학회의 상황은 전통을 중시하고 선인들의 업적을 이어 받아 발전시키는 노력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