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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版 세계화/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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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版 세계화/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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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난은 이번 게릴라성 폭우와 같은 1회적 국난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개혁을 잘해도 바깥 폭풍으로 인해 제2의 위기가 올 수 있는 그런 국난이다. 일본 엔화의 폭락과 중국 위안화의 절하가능성, 미국의 성장과 수입 흡수능력, 동남아시아의 경제 악화가 서로 물고 물리며 돌아가서 해답이 어렵기도 하다. 또한 이같은 경제변수는 각 나라의 정치, 특히 정치리더십의 지속적 약화라는 보편적인 현상 앞에서, 해답이 나와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지난달 하버드대학에서 만난 D. 퍼킨스 교수는 일본의 엔화가 170엔선까지 절하될 수 있다고 보았다. 50년대 미국의 달러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세계 모든 나라가 대미 무역적자를 보고 있을 때 당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하이에크는 반드시 달러가 절하될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결국 일본의 엔화와 금리가 국제적 균형을 찾을 때까지는 엔화가치는 계속 절하될 것이고 그 균형선을 160∼170엔으로 보았다. 보스턴에 앉아서 거시적으로 아시아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엔화가 160∼170엔 선으로 정착되기까지의 과정과 영향을 생각하면 몸서리 처진다.

오직 시간의 문제지 엔화는 훨씬 더 절하될 것이고 위안화도 절하될 것이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이러한 대형경제의 추락이 세계적 공황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포괄적 정책조절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이 자발적으로 구조개혁하기도 어렵고 중국이 자발적으로 내수지향성장으로 수출을 억제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정치지도력이 제2의 세계적 마샬플랜을 주도하기도 역부족이다. 정말 동남아는 물론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은 각기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확실하게 밀어닥칠 미래의 위기, 잘못하면 세계 대공황으로 공멸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진정한 정책조정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북아시아에서 황해와 동해를 끼고 사는 우리 모두는 똑같이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세계최대 에너지 수입지역, 세계최대 곡물수입지역, 세계최대 제조업생산 상품수출지역, 세계최대 공해잠재지역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곳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세계최대 문제지역으로 악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세 나라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조해 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아시아적 가치 또는 동양정신의 우월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가치와 정신에서 출발하거나 기초한 세계질서, 즉 세계적 자원무역질서, 세계적 통화질서, 세계적 평화질서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더 정확하게는 그런 세계질서 체제를 고찰하고 시도해 보지도 않았다. 좋게 해석하면 무의식이거나 뒤쫓아가기 바빠서 그런 근본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나쁘게 보면 정신적 우월성의 오만 위에 진실에의 접근을 소홀히 했다. 결국 체제나 질서는 선진국 것을 빌려쓰면서 그 결과 세계적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왔다. 이제 누구의 체제 질서냐를 따지기 전에 세계질서는 우리가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그 순간에 동북아의 생존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

이제 동북아인(東北亞人)으로서, 또한 황·동해인(黃·東海人)으로서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증오와 편견과 오만을 버려야 한다. 일본의 섬나라근성, 중국의 중화주의, 한국의 흑백논리를 털어 버려야 한다. 그리고 세나라의 생존과 평화에 가장 적합한 세계질서 또는 세계체제를 연구하고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증오도 버리고 진정한 세계체제, 세계질서, 동북아판 세계화, 동북아판 뉴딜을 창조해야 한다. 앞으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이같은 세계체제를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내치(內治)의 변화까지를 시도하며 선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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