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가산금리 7.8%P로 치솟아 외자조달 비상외환위기의 먹구름이 동남아에 이어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Emerging Market) 전역을 뒤덮으면서 우리나라 대외신인도가 동반 추락, 외자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 월가 등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신용척도가 되는 해외채권가격이 폭락(금리폭등),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자금조달금리가 국내자금조달금리를 초과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물, 폭락 또 폭락
국가(정부)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외평채 금리는 러시아 금융위기가 중남미지역으로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10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미국채수익률에 연동)는 러시아사태 직후인 17일 6.19%포인트를 기록한 뒤 바로 5%포인트대로 낮아졌으나 중남미통화의 평가절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20일 6.30%포인트로 급등한 뒤 21일엔 하루만에 무려 1.50%포인트가 뛰어올라 7.80%포인트로 치솟았다. 4월8일 발행 당시 가산금리(3.55%포인트)보다 무려 4%포인트 이상 올라간 수준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흥금융시장 전체가 위기에 휩싸인 상황에서 노사분규까지 터져,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도매금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내외금리의 역전
외평채의 기준금리인 미국채(TR)수익률이 5.5%대임을 감안하면 10년물 외평채금리는 연 13.3%대에 달한다. 국내발행 국채수익률(3년물 연 10%선 예상,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낮아짐)보다도 높은 셈이다. 한 외환딜러는 『해외조달금리가 국내조달금리를 웃도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현상』이라며 『대외공신력이 완전 곤두박질쳤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봉쇄된 뉴머니 유입통로
IMF자금같은 공적 차입이 아무리 늘어나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업적 자금의 신규차입이 재개되지 않는 한 외환수급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물 가격이 폭락하는 현 상황에선 뉴머니를 줄 곳도, 끌어올 방법도 없다. 주변국 금융위기의 국내전염을 막기 위해 40억∼50억달러의 외평채 신규발행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외환보유고 확충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망
한 시중은행 국제담당자는 『국제투자자본들이 개도국 전체에 대한 투자배정물량을 축소하고 있어 신흥시장의 자본이탈세는 가속화하고 외환어려움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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