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8·15경축사 대북제의에 대해 그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명의의 「공개질문장」형태로 보인 반응은 현재 그들이 대화를 할만한 여건에 있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모두 5개항으로 된 「질문장」이 김대통령의 대화촉구에 대해서는 입장표명을 유보한채 기존의 정치선전적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일단 거부의사를 나타냈다.우리는 북한이 오는 9월5일 제10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를 통해 김정일(金正日)을 국가주석에 추대하는등 통치체제가 완결되면 뭔가 진일보한 응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조평통의 입장은 우리를 실망케 한다.
북한은 미군주둔 상황에서 남북합의서가 이행되겠는가라고 물었다. 북한이 몰라서 하는 소리는 분명 아닐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미방위조약에 따라 6·25남침같은 도발을 억제하기위한 방어적 성격의 전력이다. 만약 북한이 미군의 존재가 기본합의서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면 합의서채택에 응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제와서 기본합의서와 결부시키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
다음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를 두고 남북화해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고 하는 물음도 어불성설임에 틀림없다. 어느국가나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이나 기관은 있게 마련이다. 상대측의 체제와 법질서를 문제삼는 행위야 말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의 유린이 아니고 무엇일까. 우리측이 북측의 법·제도를 문제삼지 않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남북대화의 걸림돌은 보안법이나 안기부가 아니라 북한의 화해 실현의지 부족이다.
북한은 상호주의와 햇볕론으로 진정한 협력과 교류가 실현되겠느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호주의란 말그대로 남북한이 상호이익을 도모해 나가자는 것이다. 햇볕론 역시 우리사회 일부 보수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점진적 개방의 길로 유도하기 위한 대북 포용정책이다. 남북교류협력의 증가로 실익을 챙긴 것은 북한이다.
이밖에도 북한은 한미합동훈련과 범민련등 친북단체 탄압이 반통일적 책동이라고 했다. 합동군사훈련은 그들의 도발에 대비한 연례적, 방어적 훈련이다. 또 범민련등은 우리체제를 부정하는 불법단체다. 북한이 이를 시비하는 것은 그야말로 내정간섭행위다. 억지와 궤변은 화해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신중하길 당부한다. 금강산관광사업이 북한의 개방화에 중요하다. 하지만 답답한 쪽은 북한이다. 터무니없는 입산료등을 미결로 둔채 우리가 시한에 쫓기듯 서두르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잠수정과 무장간첩침투행위에 대한 사과문제는 또 어떻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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