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의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다 수해와 현대자동차 파업까지 겹쳐 세금은 턱없이 적게 걷히는데 돈 쓸곳은 봇물터지듯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밝힌 수정 전망에 따르면 올 세입결함 예상액이 당초 추경안보다 3조원이 늘어난 반면 세출요인은 금융 구조조정지원과 실업대책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정부담에다 1조원의 수해복구비까지 덧붙어 금년 재정적자규모가 자그마치 21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정부는 이번에도 추가세입 결함을 모두 국채발행으로 조달하겠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되어있는 올해 2차 추경안의 세수결함 예상은 5조5,000억원 정도였으나, 국회의 추경심의도 시작되기전에 8조5,0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따라 올 연말까지 발행해야 할 국채규모만도 무려 13조원을 넘는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국채이자 부담이 금년 1조원, 2년후엔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힘들여 정착시킨 균형재정 기반의 붕괴는 말할 것도 없고 적자가 적자를 부르는 구조적 재정적자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돈 쓸곳이 산적해 있어 한두해 안에 적자재정을 벗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실금융정리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매년 8조∼9조원, 또 실업대책재원으로도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6조6,000억원과 5조4,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율은 올해 4.8%, 내년 5∼6%로 미국등 선진국 수준의 2배를 넘고, 이같은 추세로는 오는 2002년에 가서도 IMF가 권고하는 2%이하로 낮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침체에 구조조정이란 과제까지 안고있는 상황에서 적자재정의 감수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적자재정의 폐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우선 쓰고 보자는 안이한 자세는 경계해야 한다. 재정지출을 보다 효율화하고 가능한 한 절약하겠다는 정부의 성의있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채 엄청난 구조조정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국채남발은 우리의 후대에 빚을 전가하는 것이고 금리와 인플레 자극, 대외신뢰도 하락등 경제에 미칠 부작용도 적지않다.
정부는 모든 재정지출 항목을 원점에서 재점검,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실업대책비는 과연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금융구조조정 지원은 꼭 써야할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따져서 국민부담을 줄이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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