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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과 밀입북자들/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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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과 밀입북자들/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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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노해씨는 이번 광복절에 특별사면된 후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20대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프게 헤어져 수배 길을 떠난 후 40이 넘은 지금에야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긴 호흡으로 성실하게, 좋은 세상으로 가는 새벽길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책임있게 나아가겠습니다」 80년대에 가장 강파르고 전투적인 노동자 시인이었던 그의 어투와 풍모는 성직자처럼, 혹은 현자(賢者)처럼 바뀌어 있었다.■독일에 범청학련 사무실을 두고 밀입북 등 불법활동을 해오다 역시 특사된 베를린 체류자 5명도 19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체사상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여 91년에 입북했던 박성희씨는 『학생 시절 북한에 대한 생각과 직접 체험한 실상은 많이 달랐다. 북의 반민주적인 작태와 획일적인 모습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혈기만 앞세웠던 예전과 달리 이젠 삶의 자세를 많이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가 되어 네살 된 딸과 함께 회견장에 나왔다.

■그들은 『한총련이 국민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바람직한 학생운동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북을 통일 대안으로 여기는 소수 한총련 지도부와 학생들은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또 폭력적이고 친북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한총련은 즉시 해체되거나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판단한 그들은 지난해 쿠바 청년학생 축전에 파견될 한총련 대표의 밀입북도 돕지 않았고, 그 결과 한총련과도 관계가 끊어졌다. 젊은 혈기는 때때로 인간의 운명을 가혹하게 이끈다. 박노해 시인이나 이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한총련은 지금 많은 진보세력들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다. 외국 속담처럼 시간의 흐름 만큼 위대한 교사는 없고, 진실의 공증인 역할을 하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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