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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의 어린이들/이태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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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의 어린이들/이태규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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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 몰려있는 현대자동차사태 현장에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이 있다. 머리에 띠를 두른채 「결사항전」을 외치는 노조원들의 모습이야 익히 보아온 것이지만 문제는 다수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여기에 끼여있다는 것이다.지난달 28일 30여명이 처음 농성에 합류한 뒤 400명까지 늘어났던 노조원 가족들은 공권력 투입이 임박하면서 19일에는 200명안팎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여전히 임신부 10여명과 생후 2개월된 갓난아기부터 초등학교 6년까지의 어린이 수십명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들이 노조원 당사자들보다도 훨씬 감정이 격앙돼있어 충돌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불상사가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와 부녀자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는 설득방송과 유인물 살포를 거듭하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측은 『가족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투쟁대열에 동참한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경찰이 진입하면 노조원들이 가족의 안전부터 챙기게 돼 오히려 싸움에 불리하다』고 반박한다.

노조와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따를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사이에도 농성장에는 차마 보기 안쓰러운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다. 살벌한 현장 속에서 너덧살 밖에 안된 아이들이 동요가 아닌 운동가요를 부르고, 율동과 함께 「정리해고 철회」구호를 외치며 뛰어놀고 있다. 『아빠를 잡아가려는 경찰이 무섭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보채는 어린이들을 눈물로 달래는 엄마들도 눈에 띈다.

단일기업차원의 문제에서 이제 노사정 3자간의 싸움으로까지 확전된 이번 사태는 결말이 어떻게 나든 정작 중요한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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