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위기 느낀다” 73.5%/“나는 중산층이다” 31.9% 불과/“1년전 비해 수입 감소” 76.8%/외환위기 극복 3년∼5년 32.1% 5∼10년 32.5%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경제수준이 이전보다 크게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다. 10명 중 8명 정도가 1년전에 비해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사대상자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위기 이후 계층하락을 실감하고 있다.
회사 부도등으로 자신이나 가족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73.5%에 이른다. 자신의 소득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데는 3∼5년,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곧 가계의 주름살이 펴지리라는 낙관보다는 몇 해 정도는 지금의 어려움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IMF체제로 중산층 붕괴=1년 전에 자신이 중산층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3.6%였다. 하지만 IMF체제 이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31.9%로 뚝 떨어졌다. 대신 자신이 서민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54.6%에서 66.5%로 늘어났다. 1년 전에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가운데 30.5%가 지금은 자신이 서민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특히 『1년 전에 나는 상류층』이라고 답했던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55.6%)이 이제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여기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자신이 서민층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11.1%)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감소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 국민들이 계층 하락을 경험하고 있음을 뚜렷히 보여준다.
1년 전에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여성(42.7%)보다 남성(44.5%)이 많았지만 현재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성(31.6%)보다 여성(42.7%)이 더 많았다. 자신이 중산층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학력으로는 중졸이상 고졸이하, 소득으로는 월 101만∼200만원, 직업으로는 자영업자들에서 많이 나타났다. 또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지역규모로 보면 대도시 거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심한 계층 하락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수준 빠른 회복 어려워=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사람들이 대부분(76.8%)을 차지했다.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소득이 늘어난 사람도 없지 않았다. 조사대상자 1,000명 가운데 31명(3.1%)이 소득이 늘었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서울(10명) 인천·경기(6명) 광주·전라(5명)순이었다. 사업수완이나 특수(特需)의 이점을 노릴 수 있는 자영업자(11명)들의 소득증가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득감소는 중졸 이하(82.9%), 월소득 100만원 이하(82.7%)등 저학력, 저소득 계층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고 이에따라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들은 소득증가도 많지만 소득 감소(84.3%)도 여러 직업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창업은 성공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지만 실패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심한 소득감소(81.6%)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82.9%) 대전·충청(80.2%) 서울(77.6%)순으로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이 많았다.
생활수준을 IMF 이전으로 회복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적어도 3년이상이라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41.7%). 그 다음이 5년이상 10년미만(22.1%), 2년이상 3년미만(19.4%)순으로 형편이 금세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주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회복에 5년이상은 걸린다고 답한 사람들은 남성, 생산직 종사자와 자영업자, 대구·경북과 강원지역 사람들에서 특히 많이 나타났다. 소득감소폭이 크면 클수록 경제회복기간을 길게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과 내려갈 것이라는 답이 각각 37.3%와 35.0%로 통계적으로 차이는 없었다. 부동산 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서울(44.6%) 대구·경북(41.1%) 인천·경기(38.4%)지역에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 불안감 크다=자신이나 가족이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회사가 도산해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답한 사람이 73.5%나 됐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실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실업에 대한 위기감을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고 답한 사람이 32.3%에 이르렀다.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올해 안에 2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 등을 많은 사람들이 말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실업에 대한 불안감은 남녀 차별이 거의 없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회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처럼 실업의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50대(82.0%)가 20대(66.7%)보다 월등히 많았다. 중졸이하와 월 100만원이하의 저학력, 저소득계층의 실업 위기감이 컸고, 직업별로는 생산직종사자들이 실업에 대해 불안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다(85.9%). 이에 비해 사무직 종사자들은 「실업의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낀다」가 25.6%, 「대체로 심각하게 느낀다」가 42.2%로 의외로 실직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직종에 비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김범수 기자>김범수>
◎환란 불안감 ‘아직도 계속’/“재발할것” 41.3% “안할것” 46.6%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1∼2년 내에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46.6%를 차지해 다수였지만 다시 외환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41.3%나 됐다. 아직은 외환위기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20대, 30대는 외환위기가 곧 재발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각각 51.3%, 46.4%로 재발 가능성이 없다는 대답보다 많은데 비해 40대, 50대는 재발하지 않을 것(각각 57.3%, 53.4%)이라는 답이 더 많았다. 젊은 층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비관론은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우세하고 반대로 낙관론은 학력이 낮고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강원(58.8%) 부산·경남(45.7%) 사람들은 재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반해 광주·전라 사람들은 외환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57.3%로 가장 많아 대조를 이뤘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걸리는 기간은 5년이상 10년미만이 32.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3년이상 5년미만(32.1%)으로 많은 사람들이 외환위기 상황을 이겨내는데만도 5년 안팎의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위기 극복기간에 대한 전망도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 광주·전라 사람들은 2년이상 3년미만이면 외환위기를 이겨낼 것(36.8%)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부산·경남은 5년이상 10년미만은 걸릴 것(41.6%)으로 보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김범수 기자>김범수>
◎중산층 몰락땐 경제 ‘와르르’/내수 침체 불러… 정치·사회불안 요인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반년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급속히 무너지고있다. 한마디로 중산층의 생활은 6개월만에 10년전으로 후퇴했다. 소득이 30∼40% 줄고 자영업자와 함께 중산층의 양대축을 이뤄왔던 화이트칼라가 노숙자로 나앉아 실업자가 올해 170만∼180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부유층의 금융소득은 오히려 증가,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은 우선 경제적으로 자동차 가전 유통등 중산층 소비를 기반으로 한 내수경제의 급속한 침체로 이어지면서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차·마이카(My Car)」, 「내 집·마이홈(My Home)」, 「내 신용카드·마이카드(My Card)」 시대의 총아였던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주요 소비재의 내수판매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20∼30%, 적게는 50∼60%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도 떨어지다 못해 IMF이전의 전세값에도 못미치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중산층의 지출수단으로 자리잡던 신용카드를 함부로 썼다가 파산하는 개인파산자도 줄을 잇고 있다. 중산층 몰락에 따른 계층간 소득격차의 심화는 결국 정치·사회적 불안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2년 부유층 소득의 75.8%였던 중산층 소득이 올해 68%로, 내년에는 67%로 떨어질 것이란 보고서(한국금융연구원)도 나왔다. 이같은 현상은 범죄 증가등 심각한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중산층 서민 중소상공인등의 지지를 얻어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설문 및 응답 내용(숫자는 %)
1.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①서민층 66.5
②중산층 31.9
③상류층 1.5
④모름/무응답 0.1
2.1년 전에는 어느 계층에 속했나
①서민층 54.6
②중산층 43.6
③상류층 1.8
3.1년 전에 비해 수입은
①늘었다 3.1
②그대로다 20.1
③줄었다 76.8
4.IMF 이전 생활수준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①1년미만 1.6
②1년이상 2년미만 9.2
③2년이상 3년미만 19.4
④3년이상 5년미만 41.7
⑤5년이상 10년미만 22.1
⑥10년이상 5.9
⑦모름/ 무응답 0.1
5.실업 위기감을 느끼는가
①심각하게 느낀다 32.3
②대체로 심각하게 느낀다 41.2
③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못한다 18.5
④전혀 느끼지 않는다 6.9
⑤모르겠다 1.1
6.외환위기 극복에 몇 년 걸릴까
①1년미만 1.2
②1년이상 2년미만 6.0
③2년이상 3년미만 18.3
④3년이상 5년미만 32.1
⑤5년이상 10년미만 32.5
⑥10년이상 9.6
⑦모름/무응답 0.3
7.외환위기가 1∼2년에 재발할까
①재발할 것이다 41.3
②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46.6
③모르겠다 12.1
8.부동산 가격 어떻게 변할까
①더 많이 내려간다 6.6
②약간 더 내려간다 28.4
③현재 수준 27.3
④약간 올라간다 33.0
⑤더 많이 올라간다 4.3
⑥모름/무응답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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