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각계 전문가 15인이 말하는 “이렇게 합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각계 전문가 15인이 말하는 “이렇게 합시다”

입력
1998.08.19 00:00
0 0

◎문명의 전환을 주도하자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에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대로는 문명의 전환이 이뤄지는 21세기를 맞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새 밀레니엄을 위해 정부 기업 국민 각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계 전문가 15인의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어령(李御寧·64·전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학교수를 만나 21세기에 전개될 새로운 흐름과 변화도 전망해 보았다.

▲강준혁(姜駿赫·51·문화기획자)

세계적으로 흥미 위주, 빠른 템포, 들뜸의 문화가 횡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잃어버린 감성의 폭을 되찾게 하는 것이 문화의 힘이다. 한국인의 정서는 본래 대륙적인 것인데 분단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섬처럼 움츠러든 느낌이다. 21세기는 더 큰 호흡으로 대륙적 전망을 회복하자. 우리의 뿌리는 북방에 있다. 그 쪽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문화블록을 만들자. 이는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이질감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석철(金錫澈·56·건축가)

도시공간이 진정한 공동체적 삶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도심의 문화공간은 조선시대때보다도 적다. 공공용지여야 할 땅이 사유지로 쓰인다. 이 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 진정한 도시의 민주주의를 이룩해야 한다. 유럽 전통도시들도 혁명기념일이나 특정주간을 도시변혁의 계기로 삼았듯이 2000년을 도시혁명의 시점으로 삼자.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이 걸어다니는 도시로 바꾸자. 문화 인프라를 확대하고 대중교통과 연결하며 도심의 자연을 되살리자.

▲김소영(金素榮·36·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미래의 영상문화는 영화와 만화, 컴퓨터그래픽을 결합한 총체적 예술공학으로 발전한다. 유아때부터 영상물과 더불어 자라는 세대들의 영상해독력과 창작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인 영상교육을 시켜야 한다. 직접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주변 유적지와 이웃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작품을 만들어 보게 한다. 여성들이 여성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면 독일처럼 기금을 지원하자.

▲김지룡(金智龍·34·문화평론가)

전문가시대다. 새로운 것을 창안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난 100년은 미국, 일본이라는 모델이 하는대로 빨리 익혀서 많이 풀어놓는 교육이 필요했다. 21세기는 모델이 없다. 자유롭고 창의롭게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파고 들게 「자유학교」를 만들자. 영화 컴퓨터 과학등 모든 분야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실험해보는 21세기형 도서관이 많아야 한다.

▲박세진(朴世鎭·38·표준과학연구원 인간공학그룹 책임연구원)

20세기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으나 21세기는 풍요와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한다. 인간이 기계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인간의 욕구에 적응시켜야 한다. 쾌적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인간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이 보다 인간 중심으로 변해야 선진대열에 설수 있고 복지사회 구현도 이루어진다.

▲박찬형(朴贊亨·62·삼성서울병원 암센터소장)

2000년대에도 인간의 소망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유전자치료법이 암을 근본적으로 퇴치할 수있는 방법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유전자의 이상을 바로잡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해 항암효과를 유도하는 유전자치료법의 새로운 방법 개발에 힘써야겠다. 유전자 전달체계를 개량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 생명과학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꾸거나 암을 예방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것이다.

▲오창호(吳昌昊·40·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2000년대에는 가상공간이 현실세계를 본격적으로 침투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컴퓨터에 익숙한 10대, 20대가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상거래나 학술회의는 물론 사람의 만남조차 가상공간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개인이나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홈페이지나 아이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윤영관(尹永寬·47·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21세기는 유연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정보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활동한다. 국제시장의 변모가 즉각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 알 수 있듯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정치·경제체제의 구현이 가장 중요하다. 경직된 정치·경제체제를 바로잡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개인들이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칙(rule)을 제공하고 공정한 심판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규형(李圭炯·41·일본문화연구가)

엄청난 비로 수재가 커졌다. 서울에 좀더 나무가 많았다면, 갑자기 쏟아지는 물을 좀 거둬주어 피해를 줄였을지도 모른다. 「나무 ID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나라에서 땅을 제공하고 대신 개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나무를 가꾸는 것이다. 종로 우체통 앞의 나무는 누구네 나무 식으로. 이렇게 한 100년쯤 가꿔보면 듬성듬성한 가로수도 한결 조밀해질테고 무서운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면우(李冕雨·53·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세기 「선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새마을운동이면 됐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 국가경제에서 세계시장, 군사력 중심에서 정보력 중심의 국가자주권으로 넘어가는 21세기의 「선진」은 베끼지 말고, 앞서 나가는 것이다. 획일적인 단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남이 하지 않는 것, 기존문화에 신경쓰지 말고 새로운 창조에 집중하는 그런 집단을 만들어 내고 싶다.

▲지만원(池萬元·56·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한국사회가 올바르게 굴러갈 시스템을 구축하자. 우선 정부부터 효율을 갖춰야 한다. GNP의 80%를 쓰면서 그만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장 생산성이 낮은 정부가 기업을 재단하려 하니 잘 되지 않는다. 기업 역시 기업주에 충성하고 은행 돈을 잘 꿔올 사람을 경영자로 뽑으니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없다. 근로자들도 자기계발 없이 임금만 요구할 수 없다. 저마다 제몫을 하도록 국가운영체계를 바로잡자.

▲최열(崔冽·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소동이나 환경호르몬 문제는 환경파괴로 발전을 이룩해온 현대인에게 자연이 던지는 냉엄한 경고이다. 인류는 어느 순간 종말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2000년대에는 삶의 질을 고민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대통령 주도로 국가환경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간단체가 참여하여 환경정책의 원칙을 정하고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이제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함재봉(咸在鳳·39·연세대 교수·정치학)

기존 정치체제, 이념이 무너진 상황에서 국가, 계층간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과 보혁대결구도가 남아 있는데다 20세기에 산업화의 기반을 미처 닦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분야에서 국가간, 계층간 차이는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통일문제에도 그 후유증을 줄이도록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

▲현용익(玄容翊·42·항공우주연구소 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국가정책에 경쟁력 개념을 도입한다. 특히 교육분야에서 고등학생 시기까지 사고력과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기간투자를 확대한다. 현 교과과정을 대폭 줄여 국민기반교육만 수행하는 대신 대학에서 특정분야를 심층연구케 한다. 물론 특성화한 학교육성이 전제돼야 한다. 개인의 특기, 개성의 특화 교육을 지원하는 기능인력을 육성한다. 의사 판검사 고급공무원처럼 공공성이 강한 직업의 경우 교육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명예를 중시하게 만든다.

▲황우석(黃禹錫·45·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2000년대에는 품종개량 기술이 발전, 식량증산 속도가 인구증가율을 앞질러 기아문제가 해결된다. 또 농업생산성의 향상으로 농업인은 사회적 중산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형질전환동물 생산기술과 생명복제술의 발전으로 젖소등 동물로부터 특수단백질을 대량 생산, 대부분의 난치병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인류번영의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된 과학정책과 투자를 실시해야 한다.

□2000년대 문화캘린더

·2000 종합영상지원센터 완공(97년 착공) ·98∼2001 만화의 도시(춘천) 조성 ·99∼2001 문화비전 2000 기념사업 ·98∼2002 제2차 5개년 문화재 정비사업 ·2000.8 제3회 광주비엔날레 ·2002.4 제4회 광주비엔날레 ·2002.6∼7 2002월드컵 축구대회 ·2002.9∼10 부산아시아경기대회 ·2002 파주출판문화단지 1단계 조성 ·2002 창덕궁 복원 완료(91년∼) ·2003 새국립중앙박물관 완공 ·97∼2006 관광진흥 10개년 계획기간 ·98∼2007 국어정보화사업 ·2009 경복궁 복원 완료(90년∼) ·97∼2010 문화정보화사업 추진<정리=이대현·서사봉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