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금융시장 ‘공황상태’/증권·외환시장 모든 거래 중단/‘제2 印尼’ 막기/극약처방 불구 혼란 장기화할듯러시아 정부가 제2의 인도네시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드디어 루블화 표시 외국채권에 대한 모라토리엄과 루블화 평가절하라는 극약처방을 썼다. 러시아 정부가 이같은 처방을 내린 것은 증시 폭락, 외환보유고 급감, 단기외채 급증등 경제위기가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최근 루블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고 수차 발언했음에도 금융시장이 정상화하지 않고 17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한달만에 156억달러로 줄어 240억달러에 달하는 단기외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2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IMF자금을 외채상환에 일부 돌리기로 하는 등 긴급조치에도 불구, 러시아 증시는 올초보다 무려 가치가 70%나 하락했으며 지난주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는 올들어 아시아 경기침체 여파와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가 하락 등으로 외화유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또 세금징수도 여의치 않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메꾸기 위해 단기국채(GKO)등 각종 국공채를 발행했으며 외자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불능력이 의심받자 정부채의 가치는 폭락했고 이를 매입한 러시아 은행들의 은행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루블화 평가절하로 수출이 활성화하고 투자가 증가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루블화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1,700여개의 러시아 상업은행 대부분은 문을 닫을 형편이 됐고 대외신용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외자도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은행에 예금하지 않고 7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은 자국화폐인 루블화를 더욱 불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 증권 및 외환시장은 정부의 전격적인 발표로 모든 거래가 중단되는 등 일시에 공황에 빠진 것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옐친 대통령이 과감한 경제개혁과 함께 금융시장의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경제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현지 표정/은행들 달러화 인출요구 거부/“옐친 조만간 대폭 개각”
러시아 정부가 17일 모라토리엄과 함께 루블화 평가절하 조치를 전격 단행하자 러시아 외환 및 증권시장은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등 공황상태에 빠졌다.
○…휴가중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급거 모스크바로 귀환,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와 대책을 논의했다. 옐친은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도됐다.
키리옌코 총리는 이날 환율 변동폭 변화가 루블화의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은행들은 루블화의 평가절하에 따라 자산이 대부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들의 달러화 인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또 루블화의 평가절하로 소비자 물가가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 불안이 증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향후 금융부문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12개 거대 은행을 선정, 상호 지급보증 및 계좌에 대한 공동책임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통한 은행권 소식통에 따르면 선정될 은행은 「스베르반크」「브네쉬토르그반크」「오넥심반크」「국가준비은행」「메나테프」「모스트반크」「인콤반크」「모스크바은행」「알파반크」「SBS 아그로」「러시아 신용은행」등인 것으로 알려졌다.<모스크바 외신="종합">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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