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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카라라/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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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카라라/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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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거쳐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조각가 현혜성씨는 『처음 돌 작업을 해보니 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돌은 가공을 해도 자연의 맛을 지니고 있고, 어딘지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그가 돌 작업을 처음 한 곳은 세계적 대리석 산지인 이탈리아 중부의 카라라였다. 우리 조각가들은 80년대초부터 정교한 대리석조각에 대한 열망을 품고 로마로, 로마에서 다시 카라라로 모여 들었다.■현씨는 국립 카라라 아카데미아 유학생 2세대에 속한다. 유학생들은 해발 700∼800m 정도 되는 거대한 대리석산 중턱의 작업장에서 석공처럼 땀을 흘리며 돌을 쪼고 연마한다. 외국 유학생으로는 한국인이 가장 많아 한 때는 40∼5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IMF 한파 이후 유학생들은 하나둘 카라라를 떠나기 시작,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카라라 유학생의 경우만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좌절이 안쓰럽다.

■최근 강원 정선군 북면에서 이탈리아산 못지않게 품질이 우수한 대리석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낭보가 있었다. 서울과 지방의 지하철역,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건축자재로 사용돼 품질을 인정받았고 매장량도 앞으로 500년간 채광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정선대리석은 색채와 무늬가 다양해 일본에 수출도 하고 있다. 대리석을 선호하는 각국의 조각가와 유학생들은 아직도 카라라로 모여든다. 대리석 산지이자 수출항인 카라라는 아프리카·남북미 등에서 생산된 진기한 돌까지 모여들고 다시 수출되는 세계적 돌 집산지가 되었다.

■이탈리아는 우수한 대리석 덕분에 미켈란젤로 같은 위대한 조각가와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탄생시켰다. 재료가 달라지면 문화의 내용과 형식도 변한다. 이제 우리도 풍부한 국산 대리석으로 새로운 돌조각 시대를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첩첩산중이어서 풍광이 더욱 좋은 정선도 카라라처럼 국내외에 대리석을 활기 있게 공급하는 중심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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