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장기공전을 보면서 상당수 정치부 기자들은 『글은 조심해서 써야겠다』고 말했다. 2년전 15대 총선이 끝났을 때, 정치해설 대부분이 「초선돌풍」 「새 국회상 기대」 「국회의 일대변혁 예고」 등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하지만 이후 2년여의 기간에 이런 기대는 회의로, 회의는 실망으로, 실망은 급기야 걱정으로 변할 정도로 우리 정치는 구태를 향해 줄기차게 뒷걸음질쳤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초선들 중에서는 여야 갈등과 정국 파행에 앞장선 「돌격대」들도 적지 않았다. 2년전 자기 기사를 뒤적여본 기자들은 지금 독자들에게 헛된 기대를 갖게한 데 대해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회 의원회관을 돌아보면 이런 자괴감은 그 깊이를 더하게 된다. 만나는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의원회관 사무실에 나오는 의원들도 별로 많지 않다. 회관에 나오더라도 신문을 뒤적이거나 바둑이나 한담으로 한나절을 보낸다. 거기에는 수해에 대한 아픔도, 경제난국에 대한 걱정도, 재도약을 향한 의지나 열정도 없다.
국민도 이제는 비난하기도 지친듯 아예 시선을 정치권이나 국회에서 거두고있다. 이 때문인지 지금 여야가 국회정상화의 수순을 밟고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 보다는 「때늦은 조치」라는 반응이 더 많다.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고 정치불신이 심화하면 그 나라는 건강할 수 없다. 경제난국에 처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도 전망이 밝지않은 참담한 현실에서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간극이 지금처럼 넓게 벌어져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그 간극을 좁히는 몫은 정치권이다. 때늦은 국회지만 여야가 국가적 현안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그래도 국민이 마음을 줄까 말까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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