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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방송 아직도 ‘허겁지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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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방송 아직도 ‘허겁지겁’ 수준

입력
1998.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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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지침없이 경험·순발력 의존/노력 비해 효과적어/日선 평소 가상훈련기상이변이 계속되면서 재해방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마에 이어 닥친 게릴라식 집중호우는 6일 서울과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을 오르내리며 많은 피해를 가져왔고 각 방송사의 수해특보는 피해를 줄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쏟아부은 시간과 땀만큼 효과적이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수해특보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은 오보, 수도권 편중편성, 무성의, 빈약한 자료화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따라서 치밀한 재해방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기상이변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체계적인 재해방송 준비는 더 미룰 수 없는 사안이 됐다. 지진과 태풍의 나라 일본의 재해방송체계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50년에 재해가 발생하면 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방송하도록 방송법에 규정했고, 62년 공영방송 NHK를 지정공공기관으로 정했다.

NHK는 재해가 나면 TV와 라디오 등 7개 채널의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내보낸다. 88년엔 외국인을 위한 영어방송도 시작했다. NHK 외에 방송사마다 재해대책종합위원회가 있고 방송요원들은 매년 재해를 가상한 종합훈련을 받는다. 유사시 지역과 광역별 송출절차는 물론 기자재와 인력운용까지 자세히 수록한 활동지침에 따라 긴밀히 움직인다. 방송코멘트집(集)에는 「바닥이 두꺼운 신을 신으세요」「피난갈 곳을 집 앞에 써놓으세요」 등 자세한 도움말이 실려 있다. 미국의 방송사들도 재난 발생 때 취재의 순서, 비용의 처리는 물론 화면전송방법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이러한 내용은 방송하면 안된다」는 금지사항만 있을 뿐 재해방송을 효율적으로 이끌 가이드라인이 없다. KBS의 한 관계자는 『재해가 닥칠 때마다 체계적인 재해방송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그 작업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경험과 순발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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