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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취업… 우울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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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취업… 우울한 캠퍼스

입력
1998.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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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실종 따라 하숙비도 없는 홈리스 급증/졸업해도 취업은 별따기 군대로 대학원으로 도피/요즘의 대학생은 예비실업자일뿐이다대학가가 유례없이 잔인한 8월을 보내고 있다. 방학이 선사하는 여유로움, 새 학기를 맞이하는 기대감은 아예 찾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첫 여름방학의 캠퍼스는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에 절망한 대학생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해외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등 사치성 풍경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변변한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갈곳 잃은 대학생들과 취업재수생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도서관에 나와 진을 치고 있다. 「캠퍼스 홈리스」도 부쩍 늘었다. 수업만 없을 뿐 학기 때와 다름없는 캠퍼스에는 무력감이 짙게 깔려있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은 어디에서든 깊은 한숨이 배어 나온다.

물질적 풍요속에서 구김살 없이 자랐다는 90년대 대학생들. 70∼80년대 선배들이 군부독재에 대항해 투쟁했다면 이들의 투쟁 대상은 극심한 취업난이다. 도무지 막막하기만 한 취업전선에 나선 대학생들의 요즘 신분은 「예비실업자」일 뿐이다.

Y대 김모군(27·사회4)은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하반기에 신입사원 모집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답답하다』며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경기불황으로 합격이 취소된 선배들을 보면 졸업을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취업난과의 전쟁을 위해 전국 63개 대학이 참가하는 전국대학 졸업준비위원회 연합회(의장 이종구·광운대 경영4)가 출범했다. 80년대 학생들이 민주화투쟁을 위해 뭉쳤던 것처럼 이들은 취업투쟁을 위해 결집한 것이다.

연합회는 지난 1일 인터넷에 상설 채용박람회를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오는 27일부터 닷새동안 공개 채용박람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의장은 『10일 현재까지 홈페이지에 약 3,000명 학생들이 이력서를 올린 반면 구인업체는 고작 40∼50명 모집공고를 내놓았을 정도로 취업형편은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D대 박모씨(26·공대3)는 『80년대에는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됐고 90년대 초반에는 영어와 컴퓨터 실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국가고시에 합격하거나 아니면 대학을 나왔다는 자존심을 포기해야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사회형편을 반영하듯 캠퍼스에도 대학생 홈리스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IMF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데다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학생들이 하숙비 낼 돈도 없어 학생회관이나 동아리방 등에서 자고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며 여름을 나고 있다.

J대 진모씨(22·독문3)는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보면 캠퍼스 벤치나 학생회관에 누워 자는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띈다』며 『이들에게 숙식제공 아르바이트는 행운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에 도피성 진학을 하거나 취직에 유리한 전문대나 일반대 학과에 편입하는 U턴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실업자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한 그들이 이렇게라도 해서 공백기를 메꿔보려는 것이다. 자신을 「예비백수」라고 표현한 S여대 신모양(23·영문3)은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싶지만 요즘같은 감원홍수시대에 엄두도 못낼 처지여서 대학원진학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소나기를 피해보자는 심정으로 남학생들은 국가가 부르기도 전에 먼저 군으로 달려간다. K대 오모군(21·철학2)은 『이번 방학중에 군에 입대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최근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를 가려는 남학생들이 폭증해 입대가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입대 환송회는 아쉬움의 자리가 아니라 축하의 자리다.

사회주의권 붕괴이후 한물간 이론으로 취급받던 마르크스주의도 대학가에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PC통신 나우누리에는 「맑스주의 연구회」가 발족됐는데 현재 회원 340여명중 70%가 대학생이다. 이 동우회 시삽인 오창엽씨(30)는 『IMF체제가 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고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제연구소들은 2000년 하반기에나 가야 취업난이 좀 풀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막 학교문을 나서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어야할 대학생들이 차가운 현실속에서 느끼는 좌절감은 대단하다. 이들의 불행은 나라 전체의 불행이기도 하다.

고려대 손장권 교수(사회학)는 『대학생들은 사회곳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다』며 『사회가 이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교수는 특히 국내 취업길이 막힌 대학생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 고급인력의 해외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깊은 늪속에 가라앉은 캠퍼스에 언제쯤 새 기운이 찾아올까.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연말쯤 대학생들의 잠재적 불만이 폭발, 심각한 사회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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