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단행된 8·15 특별사면의 두드러진 특징은 소위 양심수로 불리던 주요 공안사범 103명이 「사상전향서」가 아닌 「준법서약서」를 쓰고 사면됐다는 점이다.이는 불행했던 구시대 이념간의 갈등을 씻고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따라 사노맹사건의 박노해 백태웅씨, 중부지역당 사건의 김낙중, 황인오인욱씨, 구미 유학생간첩단 사건의 김성만씨, 구국전위 사건의 안재구씨, 남파간첩 정수일(일명 깐수·전 단국대 교수)씨 등 내로라하는 공안사범들과 연세대 난동사태의 설증호씨 등 한총련 학생 53명이 사면됐다. 수적으로는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 당시(144명)보다 적지만 실제 내용면에서는 의미가 크다는 게 법무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면추진 과정에서 준법서약서를 놓고 일부 공안사범들이 벌인 철폐투쟁과 보수계층 및 재야세력의 비난과 반발 등은 앞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특사의 또 다른 특징은 권노갑 정재철 전 의원 등 한보비리 사범들이 줄줄이 사면된 점이다. 법무부는 『IMF 경제위기 원인을 제공한 한보 정태수 총회장과 이철수 신광식 전 제일은행장 등은 사면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사회 각분야의 사정작업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단행된 이번 조치로 정부의 개혁의지가 의심받는 역효과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홍인길 황병태 전 의원과 김우석 전 장관 등 구여권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이유로 모두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현 정부의 실세인 권노갑 전 의원만 혜택을 받아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호용 장세동 허화평씨등 12·12및 5·18사건 관련자 12명과 전직대통령 부정축재사건 관련자 안현태 이현우씨 등 2명이 지난해 말 사면에 이어 모두 특별복권돼 정치활동 재개가 가능해 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면은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대화합」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각 분야에 걸쳐 포괄적으로 이뤄졌지만, 「국력 결집」이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일부 비리 정치인들에게까지 면죄부를 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박정철 기자>박정철>
□주요 사면 대상자
◇형사범
성 명 직 업 사면내용
권노갑 15대 국회의원 잔형집행면제,복권
정재철 〃 형선고 실효,복권
최두환 14대 국회의원 〃
정태영 〃 〃
하근수 〃 〃
박희부 〃 〃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 잔형집행면제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 〃
장영자 사채업자 형집행정지
◇공안사범
성 명 직 업 사면내용
박노해 시인 형집행정지
백태웅 무직 가석방
김성만 〃 〃
양동화 〃 〃
김낙중 전 민중당 대표 형집행정지
손병선 무직 〃
황인오 〃 〃
황인욱 전 서울대 대학원생 가석방
안재구 전 대학강사 감형(징역 20년)
함주명 무직 가석방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 감형(잔형 1/2)
(깐수)
◇선거사범
성 명 직 업 사면내용
김기옥 전 동작구청장 형선고 실효,복권
이창승 전 전주시장 〃
최선길 전 노원구청장 복권
설증호 충청총련 의장 감형(잔형 1/2)
□주요 복권 대상자
◇12·12,5·18사건 관련
성 명 직 업 사면내용
황영시 전 감사원장 복권
차규헌 전 교통부장관 〃
허화평 전 국회의원 〃
허삼수 〃 〃
이학봉 〃 〃
장세동 전 안기부장 〃
최세창 전 국방부장관 〃
박종규 전 육군56사단장 〃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 〃
정호용 전 국회의원 〃
주영복 전 내무부장관 〃
이희성 전 교통부장관 〃
◇전·노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관련
성 명 직 업 사면내용
안현태 전 대통령경호실장 복권(추징금 완납)
이현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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