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할까,침 뱉고 싶을까/마약·동성애·섹스·살인 시종일관 쏘고 부수고 맹목적 광기의 폭력난동/기존 관념깬 테크닉에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프랑스영화의 생존방식은? 「예술」이 아니라 「과격」이다. 적어도 90년대 뤽 베송이나 레오 카락스의 누벨 이마주부터 그것은 분명해졌다. 그들이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무기는, 할리우드영화의 프랑스식 극단화다. 「델리카트슨」의 장 피에르 주네, 「암살자들」의 마티에 카소비츠는 아예 우아함과 도덕을 깡그리 부숴버리는 폭력이나 이탈, 환상으로 치닫고 마치 마약같은 자극을 위해 빠르고 현란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서른세살의 장 쿠넹이라는 젊은 감독이 「도베르만」(15일 개봉)이라는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제목처럼 영화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독일 사냥개의 마성을 인간에게 그대로 투영시켰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다. 아무 죄의식 없이 넘치는 에너지로 잔혹한 살인을 계속한다. 선과 악의 경계는 애초부터 없다. 처음부터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폭력과 광기, 이를테면 마약 동성연애 섹스, 그리고 살인과 파괴를 향해 돌진할 뿐이다. 별명이 도베르만인 얀(뱅상 카셀)과 그의 애인으로 미사일전문가인 벙어리 나트(모니카 벨루치)가 마약중독자인 명사수 모기, 도끼 전문가인 불독, 수류탄 전문가인 신부, 동성연애자 소냐와 은행을 턴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영화는 줄거리를 팽개쳐 버렸고, 인물들이 일직선 위를 달려가도록 했다. 오직 폭력 그 자체를 즐기는 듯 총을 쏘고 경관의 헬멧에 수류탄을 까 넣고 미사일로 건물을 부숴 버린다. 그들에 맞서는 형사 크리스티니(체키 카리오) 역시 기대를 완전히 배반한다. 도베르만을 잡기위해 그가 고문으로 손에 피를 흥건히 묻히고, 아이에게 장난감으로 수류탄을 주면서까지 무자비하게 저지르는 살인과 폭력은 영화를 멈출 수 없는 「난동」으로 몰아간다.
「도베르만」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할리우드 전통서부극의 도시적 변주다. 그것을 언더그라운드만화 「도베르만」의 주인공에 접목한 것은 하드보일드와 액션의 새롭고 강한 리듬을 위해서이다. 극단적 폭력미학은 샘 페킨파나 쿠엔틴 타란티노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 몇몇은 타란티노영화의 등장인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분명 「도베르만」은 훨씬 거침없이 잔혹하고, 어이없게도 그 잔혹함이 때론 유쾌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고속질주하는 듯한 가공할 속도감은 또 다른 폭력이다. 떼지어 몰려나가는 악당들처럼 정신없이 쫓아다니며 거의 미친 상태로 찍은 화면, 극단적 클로즈 업과 화면분할은 기존 영화질서를 깨부순다. 만화를 공부하고 CF를 찍은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테크닉이다. 『문화적 난동이다』라는 비난에 감독은『한바탕 헛소동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영화가 철저히 불경스럽고 극단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결국 관객도 이 헛소동을 놓고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침을 뱉든지, 열광하든지.<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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