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문 요약/“재정적자 GDP 6% 수준 확대 구조조정과정 부작용 억제를”/민경휘 산업연구원 유통·지역산업센터 소장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제2건국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정의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보완이 시급하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로는 ▲국내총생산(GDP)의 6%까지 재정적자 허용 ▲5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도 무역금융 허용 ▲동남아에 대한 구상무역 추진 ▲공공부문의 「질적 고용조정」으로 실업억제 ▲유휴설비의 대북이전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원인
정부 기업 금융기관 근로자 소비자 등 모든 주체는 자만에 빠져 근거없는 낙관주의에 젖어있었다. 또 30여년에 걸친 고도성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과신이 한국에 대한 투자나 대출위험을 과소평가한 것도 한몫을 했다. 특히 80년대 이후 관치경제, 정경유착 등 기존체제에 대한 개혁논의는 무성했으나 실천이 전무함에 따라 위기탈출의 기회를 놓쳤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의 자본자유화 조기추진, 환율의 인위적 고평가, 기업의 과다차입에 의한 비효율적 과잉투자,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감독의 부재 등 악재가 첩첩이 쌓여왔다. 국제 단기자본의 불안정 등 외부여건이 겹치면서 대기업 연쇄부도가 현실화하기 시작했음에도 신속하고 올바른 초기대응을 하지 못함으로써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
■경제난의 현상황
국제통화기금(IMF)를 중심으로 한 외국의 긴급지원으로 경제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구조조정과정에서의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기업도산과 실업증가가 심화하고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는 가운데 수요가 격감함에 따라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환시장이 구조적으로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외국인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별로 호전되지 않고 있다.
■경제난 극복대책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먼저 민간부문의 수요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 총수요를 확대해야 한다. 재정적자폭을 당초 1.7%에서 4%로 확대하기로 IMF와 합의했지만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이며 해외여건 역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적자폭을 6%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성장기반을 무너뜨려 경기침체 장기화를 부르는 투자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설비투자 세액공제 적용시한을 금년말에서 2001년까지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5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도 무역금융을 허용해야 한다. 5대 그룹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할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지원은 중소 납품업체의 자금난 완화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부족으로 수입여력이 없는 동남아국가들과는 구상(求償)무역을 추진함으로써 상호간 수출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역금융이나 구상무역을 전담할 은행을 설립 또는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대량실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부문의 고용조정이 민간부문의 고용조정을 상쇄해야 한다. 즉 공공부문의 고용조정은 당분간 급여및 근로시간 감축, 순환 무급휴가 등 「질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민간부문에서 신규고용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양적 고용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남북 경제교류협력 민간협의회」(가칭)를 구성하고 민간·정부 공동출자로 「남북경제협력기금」을 조성, 남북관계의 진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경제난 극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장치를 통해 중소기업의 유휴설비를 북한에 이전함으로써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극복은 국민적 일체성이 전제될때만 성공할 수 있다.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조속히 시행하고 상속세·증여세를 강화하는 과세형평성의 확립이 절실하다. 또 부실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추궁으로 사회정의를 세워야 한다. 아울러 실직자와 저소득층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쟁점/“5대 그룹 무역금융” 주장에/“수출도 거품제거” 반대 우세/경기부양·공공부문 고용조정도 ‘설전’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크게 세가지. 추가적인 경기부양과 5대 그룹에 대한 무역금융 허용 및 공공부문의 고용조정문제다. 이와 관련, 주제발표자인 산업연구원 민경휘(閔庚輝) 책임연구원은 재정적자폭을 확대해서라도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은 『이미 성장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경기진작책이 마련돼 있어 구조조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우리나라 무역의 65%를 차지하는 5대 그룹에 대해 무역금융을 허용, 수출회복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장관과 김의장은 물론 조동성(趙東成) 서울대 교수까지 나서서 반대했다. 우리 수출에도 거품을 제거해야 하며 5대 그룹은 그동안 무역금융을 다른곳에 악용해 왔다는 것이 반대이유였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박병윤(朴炳潤) 한국일보 사장과 이선(李銑) 산업연구원장은 주제발표자에 찬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부문의 고용조정을 자제해 급격한 실업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없이 민간에게만 군살빼기를 요구할 수 없다』며 공공부문의 고용조정을 포함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 것인가.
이장관은 우선 정부가 이미 경기진작을 위한 상당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음을 밝혔다. 추가 경기부양을 하지않겠다는 것이다. 이장관은 1차적인 구조조정은 9월말 이전에 마무리할 것이며 점차 금리도 내리고 긴축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김의장은 우선 『정부가 현재 구조조정을 거칠게 몰아부쳐 아까운 기업들까지 도태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며 경기부양에 찬성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김의장은 그러나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구조조정에 두어야 하며 경기부양이 구조조정을 더디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밝혀 당정 모두 추가적인 경기부양계획을 갖고있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
■5대 그룹에도 무역금융을 허용하라.
서울대 조교수는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5대 그룹에 대한 무역금융 허용의 반대입장을 밝혔다. 5대 그룹에 대한 무역금융 허용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교수는 한국경제의 압축성장과정에서 재벌그룹들이 다각화전략과 부채의존전략을 통해 수출확대의 전위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수출촉진보다 경쟁력강화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무역금융 허용문제는 구조조정이 끝난 기업에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수출촉진보다는 경제 전체의 구조조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회의 김의장은 통상마찰문제를 들어 반대의견을 내놨다. 수출이 중요하고 수출금융도 필요하지만 국제규범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의장은 특히 『우리 수출에도 거품이 있다』는 말로 지원을 통한 수출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재경부 이장관은 토론 말미에 발언권을 요청하면서까지 『5대 그룹에 대해 정부는 무역금융을 절대 허용치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도 하지 말것』을 주문했다. 무역금융 확대불가방침은 이날 청와대에서 있은 「6∼30대 그룹 무역금융 불가」 결정과 맞물려 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이 분명해졌다.
■대규모 실업을 막기위해 공공부문만이라고 고용조정을 미루자.
국민회의 김의장이 우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장은 『구조조정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 『여기에는 예외가 없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그는 특히 공공부문이 구조조정을 늦추면 국민적인 일체감 형성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을 것이란 말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조교수의 반대입장은 더욱 강했다. 조교수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2∼3년간 퇴출을 유보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고용조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조교수는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나 무급휴가 등 질적구조조정은 눈가림식이라고 주장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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