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잉태의 시대’ 50∼70년대 배경/파란의 현대사와 아련한 추억 그려내「의형제」. 원제 「Blood Brothers」.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이 9월1일 막올리는 새 뮤지컬이다. 「Blood Brothers」는 피를 나눈 친형제라는 뜻도 있지만 피로써 맹세한 의형제라는 뜻도 있다. 이 중첩적 의미가 뮤지컬의 핵심 모티프다.
한국전쟁중에 네 형제 밑으로 또 쌍둥이를 낳고 남편까지 잃은 어머니 간난은 자식없어 고민하는 부잣집 사모님께 한 아이를 양자로 보낸다. 쌍둥이 현민과 무남은 부산 영도다리를 사이에 두고 부잣집과 판잣집에 갈라져 살지만 자연스레 동무가 되고 의형제를 맺는다. 그러나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만 느끼게 되고 끝내 총을 겨눈다.
노동자 출신의 극작가 윌리 러셀이 83년 영국에서 초연한 작품을 김민기가 한국의 51∼79년을 배경으로 번안·연출했다. 독일 뮤지컬을 번안한 「지하철 1호선」만큼 장기공연을 목표로 땀을 쏟았다. 전쟁의 폐허부터 고도성장 시기까지 파란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는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두 형제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결말은 빈부격차, 흑백대립이 반복돼온 우리 정치사회를 암시할 수 있다. 김민기씨는 『작품배경이 바로 IMF체제를 잉태한 원인을 제공한 시기라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친형제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죽게 되는 비극적 결말은 희랍비극만큼 운명적이고, 영희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등 30년에 걸친 인연은 멜로풍이다.
한편 딱총 새총 지남철 지렁이장사지내기 등 50∼60년대 아이들의 놀이장면에선 아련한 추억이 피어올라 정겹다. 『손가락을 배배 꽈가 열까지만 세고 나모…』라는 사투리뮤지컬넘버 역시 지난해 부산판 「지하철 1호선」에서 충분히 실험한 터라 자연스럽다.
김효숙 배해선 문정희씨가 간난역으로 번갈아 출연한다. 권형준(무남) 황정민(꼴통·무남의 형) 이미옥(영희) 등은 드라마 「육남매」의 남매들보다 더 천연덕스럽게 아역연기를 펼친다. 22곡의 노래는 윌리 러셀이 직접 지은 것이라 다소 단조로운 편. 색소폰 기타 건반 등 6인조밴드가 함께 한다. 화∼금 7시30분, 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7시 학전그린소극장. (02)7638233<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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