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銀 “역사과오 속죄”/예금·나치약탈 금괴 대가/향후 3년간 지불 약속/獨·伊도 유대인기금 내놔『스위스로부터 자선을 받는 게 아니다』(홀로코스트 희생자 유족)
『정의의 실현을 보장하려는 우리의 오랜 노력의 중요한 이정표』(스위스은행측 대변인)
『해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양측이 보여준 결단과 융통성에 박수를 보낸다』(P.J. 크로울리 백악관 대변인)
12일 스위스의 크레디 스위스은행과 유니온 뱅크 오브 스위스(UBS)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유족들에게 3년간 모두 12억 5,000만 달러를 지불키로 합의한 데 대한 평가다.
2차대전중 유대인들이 스위스은행에 갖고 있던 예금과 나치가 유대인으로부터 약탈해 예치한 금괴 등에 대한 보상을 놓고 올들어 미국과 스위스는 외교·무역분쟁으로까지 치달았다. 생존자나 유족들은 예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스위스은행 측은 입증서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세계유대인회의(WJC)의 후원으로 피해자들은 뉴욕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 7월 협상이 시작됐지만 스위스은행측이 6억달러를 제시한 데 대해 피해자들은 15억달러를 요구해 결렬됐다. 뉴욕·캘리포니아주와 뉴욕시 등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일제히 9월1일부터 스위스은행·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예치해둔 연금기금 등을 인출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러한 제재조치는 불법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12일 2차 협상에서 스위스은행들은 결국 『역사의 과오는 반드시 속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도 이달초 전시에 자사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유대인 7,000여명을 위해 구호기금을 조성키로 약속한 바 있다. 97년 6월 이탈리아 보험회사 제네랄리는 보험을 가입한 뒤 홀로코스트로 숨진 유대인들을 위해 1,200만달러를 기념사업에 내놓았다.
WJC는 나치와 동맹국들이 유대인에게서 약탈한 금괴가 모두 86억달러(현재 시가) 규모인 것으로 파악, 국제적 환수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어 22만점의 미술품 약탈도 조사중이다.<신윤석 기자>신윤석>
◎日 정부는 ‘戰後 보상’ 아직도 외면/예금·보험금·체임 반환 등/“65년 韓·日협정으로 매듭”
「일본에 대한 한국의 청구권은 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소멸했다」
일본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65년 이래 숱한 한국 민간인이 일본의 은행과 보험회사, 기업 등을 상대로 예금과 보험금, 체불임금 등의 반환을 청구했다가 한결같이 원고 패소를 맛보아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조약체결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역대 한국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당시의 한일협정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체결된 원인 무효의 조약이므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행 한일협정이 존속하는 한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일 청구권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행위」를 문제삼는 민간의 각종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일본 국민」 취급을 받았던 군인·군속 및 B·C급 전범과 그 유족들이 전후 일본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각종 보상·은급 조치에서 제외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 등이 그런 예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일련의 소송에 대해서도 「법적인 문제는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월 군대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부 승소 판결을 비롯한 최근 일련의 전후보상 소송 판결에서 일본 법원은 「적절한 특별 보상법 제정의 필요성」을 잇달아 거론했다.
그동안 각종 전후보상 소송을 맡아 온 일본 변호사들로 구성된 「전후보상 입법을 준비하는 변호사 모임」이 「외국인 전후보상법」 시안을 만들어 국회에 들이 밀고 있는 것도 법원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표명하지 않는 한 일본의 전후보상 종결은 요원한 실정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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