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컴퓨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닌데…』12일 슈퍼 컴퓨터 도입이 확정되자 기상청에서는 걱정이 태산같다. 사실 기상청으로서는 숙원사업이던 슈퍼 컴퓨터가 들어 오는데 누구보다 기뻐할 일이다. 1,300만달러나 되는 슈퍼 컴퓨터가 도입되면 83%인 기상예보 적중률을 85%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 컴퓨터만으로 집중폭우같은 악(惡)기상 예측을 하기에는 여전히 무리다. 그런데 슈퍼 컴퓨터 도입으로 모든 기상예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만 높아지자 기상청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기상청에 슈퍼 컴퓨터를 하나 주는 것으로 모든 기상예보를 정확히 하라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찾는 격」이라는 시각이다.
중진국 수준인 기상 인력과 장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게 근본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 기상인력은 약1,000명으로 일본(6,300명)과 미국(5,300명)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00만명당 지원하는 기상인력이 일본 56명, 영국은 4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명으로 겨우 절반수준이다. 예산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예산이 661억원으로 인건비 시설운영비 등 경상비만 337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 때문에 예산을 예보능력 향상과 기상연구 등에 활용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기상 예보의 핵심장비인 기상레이더는 일본(15개)의 3분의 1수준인 5개에 불과하다. 이같은 기상레이더 부족으로 슈퍼 컴퓨터가 도입돼도 중국에서 건너오는 기압골을 단기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렵다. 집중폭우 같은 100㎞이하의 중규모 기상현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백령도와 흑산도에 기상레이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기상학자는 『슈퍼 컴퓨터가 도입돼도 부실한 기초기상정보가 들어가면 제대로 된 예보가 나올 수 없다(Garbage in, garbage out)』며 『제대로 된 기초기상자료를 얻기 위한 장비와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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