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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공포/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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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공포/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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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수해의 피해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생명과 재산은 체념한다고 해도 부서진 집과 살림살이를 제자리 잡게 하는데만 반년은 꼬박 걸리기 십상이다.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수해정리가 다 끝났다 싶은 시점에도 여전히 끝날 수 없는 수해의 산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뢰. 특히 발목지뢰라고 부르는, 조그만 참치깡통만한 대인지뢰는 물난리가 나면서 원래 있던 땅에서 빠져나온뒤 전국 곳곳을 떠나니다 아무데나 자리잡고 죄없는 사람들의 발목을 노리고 있다. 벌써 한 사람이 인천 세어도에서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에 의해 부상당했다. 대인지뢰가 매설된 지역은 경기 북부는 물론이고 서울과 인접한 남한산성, 멀리는 부산 중미산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 지뢰는 사람이 살짝 딛기만 해도 터지도록 고안되어 불과 10㎝ 정도 깊이에 묻힌다. 조그만 물살에도 금방 쓸려나가는 것이다.

이때문에 이번 물난리로 한반도 곳곳이 대인지뢰 위험지역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도 8명이 지뢰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 4명이 민간인이다. 92∼97년의 희생자는 모두 80명. 이 가운데 36명이 사망했다(민간인 15명). 희생자 가운데는 경기 연천이나 강원 양구 같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농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민물낚시나 산나물 채취같은 여가를 즐기다가 지뢰를 건드려 다리를 잃은 도시민들도 제법 된다. 또 군인도 모두 우리 형제요, 자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희생자가 누구냐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반도의 지뢰는 물론 북한의 침략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대인지뢰로 북한군의 침입을 얼마나 막아냈는가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게다가 지뢰는 눈이 없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피해복구와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82년 신문사 입사이래 물난리때마다 내놓던 내용과 달라진 게 없다.

제발 단 한 가지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대인지뢰금지도 그 중 하나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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