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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路는 지금 ‘빌딩 세일중’/300여 빌딩 대표적 오피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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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路는 지금 ‘빌딩 세일중’/300여 빌딩 대표적 오피스거리

입력
1998.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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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다리며 무더기 급매물/그룹 사옥도 ‘실탄’마련에 내놔/거품빠진 부동산경기에 100억대 ‘강남 알거지’ 쏟아져우리나라 경제활력의 상징처럼 보였던 대표적인 오피스거리인 테헤란로가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늘의 별따기마냥 구하기 어려웠던 사무실은 썰물처럼 입주자들이 빠져나가 몇층씩 통채로 비어 있다. 첨단빌딩을 자처하던 고층건물들은 「급매물」 플래카드를 내건채 임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다. 새 빌딩들을 짓던 각종 건설공사도 무기한 중단돼 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4㎞구간에 들어서 있는 빌딩은 어림잡아 300여개. 이중 10층이상 고층빌딩만 70여개가 넘는다. 외국계 부동산회사인 한국센츄리21 이병익(李丙翼) 특수사업부장은 『물건을 보러온 외국인들에게 무역회관 포스코빌딩등만 빼놓고 아무 빌딩이나 골라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상 테헤란로 전체가 매물로 나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업매물이 주류를 이룬다. 장부가액으로 500억원이 넘는 지하 6층 지상 20층 짜리 장은카드빌딩을 비롯해 900억원을 호가하는 20층짜리 진솔물산빌딩도 일찌감치 매물로 나와있다. 특허청이 들어있던 P빌딩도 건물주인 P산업의 자금사정으로 최근 매각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있다.

23층짜리 한솔사옥을 비롯해 가을 입주예정인 1,500억원대 S빌딩은 임대가 여의치않자 매각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말 완공한 D그룹사옥(22층)은 입주도 못해보고 기업구조조정에 쓰일 「실탄」마련을 위해 1,500억원에 내놓은 상태.

5∼10층 빌딩 매물들도 무더기로 나와있다. 경매위기에 처할만큼 사정이 다급한 물건들도 적지않다. 사무실을 빼달라는 세입자들의 줄기찬 요구에다 수십억∼수백억원대의 은행 융자금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길조차 막막하다. 포스코빌딩 앞 노른자위에 위치한 10층짜리 D빌딩은 한때 400억원대를 호가했으나 다음달 경매에 넘어갈 예정이다. 세입자들이 절반이상 빠져나가 월세수입이 끊기면서 200억원에 이르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월 2억∼3억원대)를 갚지 못한 탓이다. 건물주인은 세입자와 은행 독촉을 피해 현재 도피중이다. 황금알을 낳던 부동산이 이제 엄청난 부실덩어리로 변해 버린 것이다. 리얼티코리아 송영민(宋榮民) 부사장은 『IMF이후 부동산에 발이 묶인 100억원대 알거지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99년 12월말 예정으로 터파기 공사를 벌이던 동서증권 사옥은 기업이 부도로 공중분해되면서 공사가 완전 중단된 상태. 이와함께 연합철강 사옥 신축공사장도 연합측이 공사를 포기, 매물로 내놓으면서 골조만 앙상하게 남은채 방치돼 있다.

거래는 거의 전무한 상태. 테헤란로는 「달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코리아랜드 강영수 실장은 『10조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거대한 매물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세력은 외국인투자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테헤란로는 지금 세일중이다.<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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