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마저 침수될순 없지요”/중랑천 범람 공장침수 사장 ‘망연자실’도 잠깐/집잠긴 사원도 휴가사원도 줄달음질 복귀/거래업체선 양수기 싣고와 “고통 나눕시다”『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단결된 마음이 있는한 희망은 있습니다』
중랑천 범람으로 수해를 당한 서울 노원구 공릉동 창신공업(사장 이영철·李英喆·45). 10일 오전 서울지역에 억수같은 폭우가 다시 쏟아졌지만 이 회사 직원 36명과 협력사 직원들은 침수된 지하공장의 기계와 원료, 창고의 완제품을 씻어내며 재기에 온힘을 쏟고 있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 등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개발, 백화점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5일 새벽 중랑천이 범람하면서 완전히 침수됐다. 이 사장은 『폭포수 같은 물이 중랑천 공사장을 통해 금형(金型) 등 기계설비가 들어찬 지하로 흘러 들어올땐 눈앞이 캄캄했다』며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흙탕물 속에 앉아 엉엉 울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참담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으면서 수해 소식을 들은 「구원군」들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직원 대부분이 정상출근한 것은 물론이고 김도형(金度亨·30·동작구 신대방동)대리 등 휴가를 떠났던 직원 5명도 일정을 취소한채 급거 복귀했다. 김대리는 『동해로 휴가를 떠나려다 회사가 침수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바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반지하방이 완전히 침수된 서범원(徐汎原·35) 대리는 일단 가족을 대피시킨뒤 곧바로 회사로 달려왔다. 서대리는 『가족들을 피신시킨뒤 중랑천 범람 소식을 듣고 회사걱정에 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며 『회사가 살아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직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서로 신뢰를 쌓아온 거래업체 사장들도 하나 둘씩 양수기 등 복구장비들을 차에 싣고 도착하기 시작했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의 조일산업 김여종(金汝鍾·43) 사장은 갖고있던 양수기 2대에다 추가로 1대를 임대해 달려왔다. 은성화학 등 일부 협력사는 자신의 회사가 벼락을 맞아 피해를 입었는데도 복구장비를 들고와 배수 작업에 동참했다.
10일 오전에도 다시 찾아와 원부자재를 일일이 안전한 곳으로 옮긴 조일산업 김사장은 『10여년간 신용하나로 거래를 해온 창신공업이 수해를 당한 마당에 나만 살겠다고 관망할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 물품 공급이 늦더라도 이해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창신공업은 이번 수해로 무려 5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정밀기계 등이 모두 침수돼 앞으로 2개월 가량은 조업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복구작업에 나선 이들의 마음은 밝았다. 이 사장은 『진흙범벅인 공장을 볼때면 하늘이 원망스럽지만 우리 모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이동준·이주훈 기자>이동준·이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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