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난·더위·모기떼 3重苦/낮엔 복구 밤엔 대피소 ‘떠돌이’ 5일째/진흙 범벅 가재도구 “어떻게 사나” 한숨/피부병 호소… 구호품은 크게 모자라밤마다 쏟아지는 폭우로 서울 중랑천변과 파주 동두천 등 경기 북부의 수재민들은 낮에 복구작업에 매달리다 밤이면 인근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보내는 등 9일로 닷새째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수재민들은 물난리속에 식수부족으로 고통을 겪는데다 밤이면 대피소에서 후텁지근한 무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9일 오전 중랑천변 하수 역류로 침수피해를 당한 서울 노원구 상계1동 400여가구 1,000여명의 수재민이 대피중인 서울 수락초등학교. 대부분의 주민들은 비가 멈추자 복구작업을 위해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노약자 100여명만이 남아 노원 을지병원, 이대 동대문병원 의료진 20여명으로부터 전염병백신 등 방역주사를 맞았다.
주민 전영자(全英子·46·여)씨는 『올초 건설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실직한데다 이번에 수해마저 당해 살길이 막막하다』며 『인천 시동생 집으로 보낸 중3생 아들이 잘 있는지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수재민 대부분은 흙탕물 속에서 복구작업을 하다 피부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피소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각종 질병에 감염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날 오전 동원샘물 상계대리점 등이 생수를 공급해 다행히 목을 축일 수 있게 됐지만 거의 5일째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 주민 윤순희(尹順喜·32·여)씨는 『화장실이 두 곳밖에 안되고 물사정도 좋지 않아 18개월된 아이를 제대로 씻기지 못했다』며 『아이의 몸이 여러군데 모기에 물리고 땀띠가 나 큰 병이라도 걸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서 하루종일 복구작업을 벌이고 돌아온 주민들로 대피소가 북적거리지만 모기떼로 형광등 불빛이 희미해질 정도인데다 끈적끈적한 더위와 집걱정에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다.
담요와 생필품 등 구호품마저 부족해 곳곳에서 구호품을 더 요구하는 주민들과 공무원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수재민들은 불편한 피난소생활을 피해 여관이나 심야만화가게 등에 투숙하기도 하고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아예 집 옥상에 텐트를 치고 야영생활을 하기도 했다. 수재민 김모(55)씨는 『대피소는 물이 부족한데다 모기가 많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여관에 투숙했다』며 『돈도 많이 들어가고 대피소에서 고생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부터 미도파백화점에서 쌀을 지원하고 노원구 상계1동 부녀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수재민들은 오랜만에 라면대신 따뜻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었지만 흙탕물이 남아있는 집안과 진흙범벅이 된 살림살이를 생각할 때마다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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