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의 대홍수등 엘니뇨 기상이변의 폭이 커지면서 세계각국은 곡물가격의 불안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시카고 곡물시장은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떨어지기만 하던 밀 선물값이 반등하는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기상이변이 전세계의 주요 곡물산지를 강타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6일 발표한 보고서는 엘니뇨로 41개국에서 홍수가, 22개국에서 가뭄이, 2개국에서 대규모 산림화재가 발생해서 곡물재배 가축사육 및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피해지역은 대부분 태평양연안, 특히 아시아에 밀집돼 있는데 IMF경제위기와 맞물려 그 타격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세계식량사정은 지역적으로 수급이 매우 불균형한 상태이다.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로 수요가 감퇴되면서 미국의 곡물값이 떨어져 현재로는 식량소비국에게 큰 압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엘니뇨 기상이변의 피해가 크고 올 겨울 닥쳐올 라니냐현상이 또 어떤 기상이변을 일으킬지 모르는 형편이어서 세계 농산물 시장은 언제 요동을 칠지 모른다.
12억 인구의 중국이 양쯔강홍수로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은 거의 확실하다. 미국은 그동안 밀 옥수수 콩등 3대 곡물가 하락으로 올해 상당수의 농업인구가 곡물재배를 포기한데다 엘니뇨가뭄으로 내년 곡물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거대한 식량소비국과 생산국의 불균형만으로도 세계 곡물시장은 불안정해진다. 더구나 세계 곡물교역은 시카고 선물시장이 지배하고 있어 메이저 곡물상들의 가격조작으로 소비국들의 부담이 커질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중국이 곡물수입국으로 전락할 경우 세계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쌀은 거의 자급하고 있지만 그밖의 곡물은 대부분 수입하고 있으며 97년 식량수입액이 28억달러에 이르렀다. 환율인상을 고려하면 올해 수입액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WTO 출범이후 농업기반이 열악해져서 식량 대외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식량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에겐 북한식량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나 안보차원에서 잠재적인 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엘니뇨기상이변에 따른 세계식량시장 정보를 면밀히 수집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나 고용측면에서도 농업정책을 세계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 농업대국인 미국도 곡물가격이 떨어지자 수단과 인도네시아에 원조한다는 명목으로 곡물을 수매할 정도로 가격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같이 첨단정보산업을 구가하는 나라도 「農業은 天下之 大本」으로 보호하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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