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종다양화를 위해 안동호에 풀어놓은 배스라는 외래종 물고기가 붕어 피라미 등 토종물고기를 모조리 잡아 먹는 바람에 그 큰 호수가 온통 배스천국이 돼버렸다는 뉴스를 보았다. 요즘 미국의 할인체인점 월마트의 한국상륙채비를 보면서 외래종이 토종의 씨를 말리는 안동호의 생태계변화를 연상하게 된다. 상표권소송에서 이긴 월마트는 인력스카우트에 들어간 모양이다. 유통분야 종업원들 사이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느냐』는 말이 인사라고 하니 일단 그 초반 기세를 가늠할 만하다.■35여년전 가게 하나로 시작한 월마트는 이제 미국내에 3,400여개의 점포를 둔 거대기업으로 97년 매출액(1,180억달러)에서 세계 6위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같은 하이테크산업이 아닌데도, 또 K마트 등 경쟁자가 만만찮은데도 월마트는 안동호의 배스처럼 미국전역의 유통업계를 석권한후 남미와 아시아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마치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이 미국서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외 체인망을 늘려 큰 이익을 얻는 것이나 비슷하다.
■월마트의 성공원인은 통신위성까지 동원한 서비스 관리망, 대량구입에 의한 염가판매, 고객존중의 사원교육 등 여러 가지가 꼽히나, 결정적인 비결은 경쟁상대가 취약한 지역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위치선정 능력이라고 한다. 미국 중소도시의 보편적인 유통단위인 제너럴스토어(구멍가게식 잡화점)가 월마트의 먹이감이었다. 월마트가 들어서면 수십년동안 옛날식으로 장사하던 잡화점들은 도태되거나 다른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것은 업종을 전문화한 가게들 뿐이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 중심이었던 우리 유통구조에 할인체인점 바람이 불어닥친 것은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이다. 일산등 소위 신도시에 E마트 돌풍이 부는 것을 보면 그 위력을 알수 있다. 우리 유통업계는 다시 국내할인점과 월마트같은 외래할인점의 경쟁시대를 맞고있다. 약한 경쟁자를 찾아 다녔던 월마트의 미국내 전략이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그 가장 큰 희생자는 구멍가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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