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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홍수­최악 피해 경기 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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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홍수­최악 피해 경기 북부

입력
1998.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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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들도 뒤덮어버린 “황토바다”/파주 금촌·포천 내촌面일대 水中도시/가구·옷 둥둥… 곳곳 부서진 차 뒤엉켜/“집계조차 못할 피해” 주민들 몸서리「물, 물, 물…」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경기 북부지역은 온통 물천지였다. 녹색물결로 출렁이고 있어야 할 수백만평의 평야와 마을은 검붉은 황톳물 바다로 변했다. 가끔씩 지붕과 전신주만이 점처럼 모습을 드러낼뿐 어디가 마을이고 논밭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들었다. 의정부와 동두천, 문산 등 일부 지역의 이재민들은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와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분주했으나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파주◁

경찰청 구조헬기에서 바라 본 경기 파주시 금촌읍 일대는 아비규환의 물지옥이었다. 헬기가 신행주대교를 지나 한강이북으로 기수를 돌리자 마자 뻘건 황톳물이 시야를 메웠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봉일천과 지천인 곡릉천의 제방은 낮부터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곳곳이 붕괴된 채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경의선 철도를 따라 떠내려온 토사와 쓰레기는 둑을 이뤘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국도와 지방도, 교량 곳곳도 엿가락마냥 아래로 처져 끊어진 채 붉은 토사를 드러냈다.

주민들은 한평 남짓한 스티로폴을 보트삼아 노를 저어 다니며 집에 갇힌 가족과 이웃들을 대피시켰으며, 미처 꺼내지 못한 가재도구를 챙기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금촌읍내 상황은 비교적 나은 편이었다. 봉일천을 따라 10여호씩 산재한 부락에선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인근 고지대에 모여서서 빠질 줄 모르는 황톳물에 망연자실했다. 농민들도 실낱처럼 모습을 드러낸 일부 제방 둑길을 따라 서서 물바다로 변한 논과 밭을 쳐다보기도 했다.

초등학교로 보이는 학교 운동장도 물바다였다. 비상동원된 듯한 교사 10여명도 삽 등을 들고 조금이라도 교실에 물이 덜 차게 교사(校舍)외벽에 방수벽을 쌓느라 분주했다.

파주시내는 오후들어 비가 그치면서 물이 서서히 빠지자 주택과 도로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채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에서 는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아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주소방서 의용소방대원 이재인(李在仁·40)씨는 『96년 홍수때도 이렇게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도 『50년동안 이같은 큰 비는 없었다』며 『상황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경찰헬기에서 최윤필기자,파주="윤순환" 기자>

▷의정부·동두천◁

새벽부터 마치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 쏟아져 내린 집중호우는 의정부와 동두천 일대를 완전히 물바다로 만들었다. 물이 가득찬 도로 곳곳에 차량들이 잠겨 있었으며 사람들은 불안감에 떨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의정부시의 경우 저지대인 의정부 3동, 가릉동 일대 1만가구가 온통 물에 잠겼다. 침수된 주택에서 흘러 나온 가재도구나 옷가지가 도로 군데군데 쌓여 마치 폐허가 된 수중도시를 연상시켰다.

주민 김모(37·여)씨는 『새벽에 갑자기 거실 유리창이 깨지면서 흙탕물이 넘쳐들어와 아이들을 급히 깨워 겨우 몸만 빠져 나왔다』며 몸서리쳤다.

진로백화점 등 상가가 밀집된 중앙로 주변은 밤새 내린 비로 매장이 완전히 침수돼 상인들이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냈으나 계속 물이 흘러넘쳐 속수무책이었다. 상인 박모(35)씨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장사도 잘 안됐는데 이렇게 수해까지 당해 큰 일』이라고 말했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경기 포천군 내촌면 일대는 부서진 차량과 나무들이 뒤엉켜 폐허가 돼버렸다.

도로 위로는 산간지역에서 떠내려 온 고목들이 널려 있고 20여대의 승용차도 구석구석에 처박힌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96년 수해를 겪으면서 폭이 좁은 교량을 새로 건설해달라고 포천군과 경기도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묵살돼 피해가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로밑으로 폭 10m에 높이 2m가량의 교량이 하천규모에 비해 작은데다 3개의 기둥까지 설치돼 강물이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해 흙더미가 인근의 집을 덮친 것. 주민 김제갑(42·여)씨는 『냉장고 등 가재도구가 전부 떠내려 가고 흙더미만 쌓여 있는 집안을 정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지었다.<의정부·동두천·포천=이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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