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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합병을 보면서/嚴吉靑 경기대 교수·경제평론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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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합병을 보면서/嚴吉靑 경기대 교수·경제평론가(특별기고)

입력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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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1:1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번 일은 금융기관의 개혁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일단 반가운 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왕에 내린 결단이니 소기의 합병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관계자들의 협력과 성원이 있어야 하겠다.그러나 이런 방식의 합병을 보면서 한국적 풍토에선 우리만의 조직문화적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1:1 합병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다. 그 이유는 조직마다 질기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특유의 파벌의식 때문이다. 좀더 젊잖게 표현하면 조직의 자존심이 굉장한 경영상의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많은 선례를 가지고 있다. 지금 역시 경영쇄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S시중은행이 바로 과거에 두 은행이 하나로 합병한 은행이다. 그러나 합병후 오랜 세월을 흐르면서도 두 은행 출신들의 인화문제가 적지않은 경영의 장애가 되었던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그런대로 우리사회에서 경영권의 영향력이 살아있다고 하는 민간기업에서도 회사 하나를 인수하여 경영하려면 엄청난 조직의 저항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은 공중분해된 K그룹이 한때 굴지의 철강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회사는 다시 그룹이 해체되어 다른 기업에게 그 철강회사를 넘길 때까지 그룹사로서 완전히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다. 강력한 토착조직의 저항에 부딪쳐 경영권은 인수했으나 조직의 뿌리를 인수하지는 못한 것이다.

정부기관은 어떤가. 핵심 경제부처인 모 부처도 통합한 두 부처 출신간의 알력을 국민들은 잘 알고있지 않은가. 이 모두가 지난날의 조직의 뿌리를 놓지않으려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있는 조직간의 영향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합병이나 인수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이런 일로 시간을 소비하고 내부 에너지를 소모해서는 안된다. 특히 지금처럼 저마다 벼랑끝에서 행해지는 결단이고 보면 일사분란한 조직력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 기업들이 두 조직간의 수평적 합병을 과연 별다른 잡음없이 순조롭게 승복하고 큰 뜻으로 쉽게 하나로 합칠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한마디로 무척 걱정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참으로 잘해야 한다. 정말 구사적 결단으로 하나로 뭉쳐 나를 버려야 우리가 산다는 생각으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특히 금융기관 합병에는 많은 국민의 부담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두 조직이 하나로 뭉쳐 이런 국민들의 기우를 깨끗이 씻어주어야 한다.

사실 합병이나 인수는 서구식 발상이다. 즉 OK목장의 결투에서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는 그런 문화적 토양에서 자란 기업혁신 전략이다. 그런 전략을 무조건 받아들여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일단 서구 자본의 도움으로 재기해야 하는 우리로선 어렵더라도 이를 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병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흔히 은행 합병이란 자산부채전략의 시너지 효과나 재무구조의 개선이라는 재무적 효과를 중시하기 쉬우나, 우리 현실에선 이질적인 조직간의 갈등과 마찰여부가 더 중요한 성공변수란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의 현실에서는 수평적인 1:1 합병보다는 누군가가 주도권을 쥐는 흡수합병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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