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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악수/鄭璟喜 언론인(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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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위한 악수/鄭璟喜 언론인(한국논단)

입력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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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정권교체」가 됐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국회는 「40년 권세」를 누려온 집단인 한나라당이 비록 의장선거에는 패했지만 여전히 다수당이다. 정권교체는 됐지만 「50%의 정권교체」다.세상에서는 한나라당을 가리켜서 「야당」이라고 부른다. 「집권당이 아니니까」 야당이라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 헷갈릴 때가 많다. 야당이란 정부수립후 50년동안 민권과 민주원칙의 회복을 위해 권력과 싸워온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5·16이후 근 40년동안 집권집단이었을 뿐, 민권과 민주원칙의 회복을 위해 권력과 싸워온 집단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나라당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없는 「이상한 행동」을 해왔다. 나라를 거덜낸 왕년의 집권당이 취임 몇달밖에 안된 새정부보고 「경제실정(失政)」을 말하고, 40년동안 영남정권의 특권을 누렸던 과거는 어디에 두고 「호남편중인사」를 비난하고, 날치기국회와 노동법파동은 어디에 묻어두고 새정부보고 「독단·독식」을 비난했다. 설혹 그 말이 옳다해도, 먼저 자신의 「과거」를 국민앞에 머리숙여 사죄하고 난 다음에 남을 비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달 21일 7개 선거구 재·보선에서 4개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국회의석 과반선을 지켜줬다. 국민회의의 정세분석위는 그 결과를 놓고 『개혁부진이 민심이반현상을 초래했다』고 반성했다. 당연한 반성이다.

지난달말 전경련의 김우중 회장대행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는 재벌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해 『옛날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돈인 은행돈으로 공룡처럼 커온 재벌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당해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다. 매를 들 수없는 사람이 매를 들고 덤비는 꼴이다.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저항이 얼마나 완강한지 실감하게 된다.

김우중씨가 으름장을 놓은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청와대에서는 김대중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대통령자리에 앉았던 네 사람을 초청해 만찬을 같이했다. 이중 두사람은 「반란과 부정축재」로 중형을 선고받았고, 한 사람은 법정증언을 거부했던 「그 때 그 사람들」이다. 김대통령의 말로 이날 만찬은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대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50%의 정권교체」로 사상최악의 위기를 헤쳐나가기가 힘겹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잊어서는 안될 게 있다. 이 나라에는 반세기의 전통을 쌓아온 「민주=야당」의 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마지막 기수는 김대중 대통령이요, 김영삼씨였다. 전통야당의 「양김씨」라 불리워온 「한지붕아래 두 주자(走者)」의 관계는 87년 이래 단절돼 왔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정상(頂上)을 체험했거나, 지금 체험하고 있는 두 주자가 더 이상 두 살림을 해야될 이유는 없다. 민주원칙의 회복·수호를 위해 전통야당에 몸담았던 양대 산맥이 다시 손을 잡아야 할 때다.

지금의 국가적 위기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경제파탄의 최종적 책임자인 김영삼씨는 지금 「소리없는 법정」의 피고석에 앉아있다. 한나라당내 민주계도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때 그 사람들」과 댈 일은 아니다.

끌어안고 힘을 모은다면, 그래서 이 위기를 넘기기위해 잠재력을 다시 결집한다면 이 나라 정치사의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때 비로소 「50%의 정권교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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